금연은 주말도 없이

by 자진유리


흡연에 대한 갈망이 사그라들면서 악몽은 시작되었다.

그날은 복잡하고 위험한 임무 중에 붙잡혀 고문을 받았다.

그런데 붙들려 향한 곳은 지하 고문실이 아닌 광장이었다.

나는 광장에 설치된 낮은 단상인지 단두대인지 모를 목조물 위에 결박된 두 손을 올려놓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이 몹시 시린 걸로 보아 맛보기로 손가락 몇 개가 잘려나갈 것을 직감한 채였다.

무슨 이유인지 고개는 들 수가 없었는데—급성 목 디스크가 반영된 것일까—억지로 눈썹을 치켜올렸더니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반은 나와 같은 얼굴로 울고 있었고 나머지 반은 도깨비처럼 생긴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 광경이—요즘 바둑에 취미를 들여서일까—바둑판에 뒤섞인 흑돌과 백돌무리처럼도 보였다.

가면을 쓰지 않은 사람들이 우는 이유는 나로 인한 비통함 때문이 아니었다.

다음은 자신의 차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언제는 티끌 하나 없는 깊은 호수에서 나의 딸로 보이는 존재와 함께 수영을 했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이상하다 싶었지만 나의 딸이 아니고서야 이야기가 되지 않았다.

딸이 웃고 있는 것으로 보아 즐거운 시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웃음소리가 나지 않았다.

팔다리를 힘껏 휘저어도 수면은 고요했다.

진공에 빠진 느낌이었다.

지구 밖은 이런 기분일까 싶으면서도 낯설지 않았다.

그때 호수 바닥에 검고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나는 그것이 나타나기 이전에 머지않아 대왕가오리와 조우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자 거대한 무엇은 대왕가오리가 아닐 수 없게 되었다.

대왕가오리가 날개를 펄럭이며 발 밑을 유유히 지나가는데 곧장 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는 딸을 안고 급히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집으로 가는 길은 한적한 바닷가의 곶처럼 보였다.

우리는 원시 부족 같았다.

뜰에는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주먹도끼로 고기를 패고 있었다.

여자는 딸을 받아 들더니 익숙한 듯 딸의 상체를 큐브처럼 토막 내어 무언가를 떼어냈다.

대왕가오리 독에 쏘여 폐가 손상됐다는 얘기를 하면서.

딸은 몸이 뒤죽박죽 되면서도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금연 스트레스 때문인가 매일 악몽을 꾼다. 어쩜 이리 하루도 빼놓지 않고 꿈을 꿀 수가 있는지―신기해서 메모해 둔 꿈의 키워드를 검색결과처럼 늘어뜨렸더니 보이는 것이 있다. 아직도 쓸데없는 죄의식이 도사리고 있구나. 별수없쓸데없이 아침부터 눈물을 짠다.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은 난다더니. 울면 뭐 하나 죄가 사라지나. 죄가 사라지면 뭐 하나 돌이킬 수 있나라고 말하는 존재와 실랑이하며...


꿈도 삶도 피곤해 죽겠다.

금연에도 주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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