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윗의 시를 읽다가... 애틋하게 잘 가다가도 금방 꼴같잖은 것이... 갈아 끼울 수 없는 인간의 코어임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광활하고 끈덕진 유전자에 조차 달라붙지 않는 매우 불량하고도 묘연한 것이므로 우리는 똑같은 소리를 너도 나도 삐끗삐끗 거리며 지긋지긋하게 써 내려가야만 한다고... 그러니까 이제는 너무 미워하지 말자... 사람... 지난 사월... 따가운 봄햇살 앞으로 살려달라는 듯... 죽여달라는 듯... 엉금엉금 기어 왔던 바퀴벌레로의 연민같이...
2
기도하는 대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내 볼록 나온 배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과 귀와 코와 입술을 만지며.
만지는 두 손을 서로 안으며.
때론 두려울 만큼 신기하고 고맙다 생각해.
뭔가 이렇게 굉장히 여러모로 주렁주렁 달려 있다는 것은.
정말 기이하고도 축하할 일인데.
너는 대체 뭐가 없길래 아주 약간의 위치로.
아주 약간의 깊이로 사람의 마음은.
왜 이렇게 쪼개길 좋아할까.
쪼개지려는 걸까 도망치듯.
떠오르듯.
너 이 자식 더 갖고 싶은데 더할 수 없어서(더는 아무도 속지 않으며, 다가오지 않으며).
더 가진 것처럼 분열하고 있지.
분열한 다음 부풀리고 있지.
선악으로 나뉜 진실처럼.
때론 플라나리아 같이.
한뼘 더할 줄 몰라서.
더 크고 엷은 삶도 모르는 척하지.
사랑 감추면 그렇게 되는 거지.
쪼개진 만큼 시새웠음을 알지.
지구는 아주 잘나신 별이라고.
(아까만 해도 대파와 마늘을 잘게 쪼갰을 때 일어난 일이 풍미 그런 거 잘 모르겠고 끈적한 피 같은 진액이 빠져나오면서 진가도 나오지만 진가가 나타난다는 것은 머지않았다는 얘기 내버려 두면 금세 말라죽거나 목적을 위해 불구덩이 속으로 내던져진다 세상에 내던져진 인간 같이 또한 인간이 흉내하니 인간 닿는 곳에 무슨 구원 권태 아니면 수고로울 뿐이지
인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