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념키친

너는 고오급 김밥, 나는 병신 파스타

by 육순달

가난 떨면서 즐기게 된 대표 음식이 파스타. 곤궁할 때에는 단백질을 섭취하기가 어려워지므로 쌀보다 그램당 가격은 낮고 단백질 함량은 높은 파스타(듀럼밀)를 주로 먹는다. 이름 모를 터키산이나 인도네시아 브랜드 라폰테, 업장에서 주로 쓴다는 디벨라(이태리 싸구려)중에 당장 저렴한 걸 고르면 라면 한 봉지 값으로 영양까지 두루 챙기면서 배불리 먹을 수 있다.

그러니까 참내,

이 땅엔 양아치 아닌 게 없다.

굳이 구분 짓자면 바쁜 양아치와 여유로운 양아치.

그 아래 커피도 양아치고 파스타도 양아치.

불필요한 꾸밈 비용까지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건 아니지.

파스타여, 엑스트라버진올리브오일이 무슨 소용인가.

그 이름, 시굥뉴를 둘러도 되고 마아가린으로 코팅해도 그만이다.

기름이 싫으면 아리수 부어 국 끓여도 너는 최고야.


사진의 검은깨는 놀랍게도 키위 씨다.

가난 떨면서 알게 된 것은 사람도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얼마나 격정적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이다. 그러니까―갑자기 내 몸 왜 이래, 내 정신 왜 이래―겁먹어서는 곤란하다. 겁먹으면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쓸데없는 정보들이 기생충처럼 살을 파고 들어와 멀쩡한 존재를 병자 만들거나 (병)신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병자가 되면 쓸데없이 병원에 뜯기고서 뒤돌아 한탄하고 (병)신이 되면 그건 또 그것대로 불필요한 갈래가 뻗어 나온다. 그러니 깨어있자. 이렇게도 된다. 이렇게도 살아가진다. 그리고 ‘아, 그때에 나는 몰랐구나.’하고 참회와 내일로 연결. 그런데 어떤 년은 아직도 이런다.

“(뙤약볕 아래) 그런 걸 왜 해?”

오우야 너도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그러면 집에 가서 곱게 설거지나 하며 늦기 전에 깨우치셔야 할 텐데 왜 나이 먹고도 겨나와서 까부는지 모르겠다. 그래 이것은 얼마 전 뉴스를 보다 하도 기가 차서 끓어 넘치는 냄비를 급히 옮겨 놓은 것이다. 한입 크기에다 좋다는 건 죄다 쑤셔 넣은 욕망의 반도체 같은 고성능 김밥을, 젠장 손은 제일 많이 가는 김밥을 저는 입술 한쪽 더럽히지도 않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며 이 더위에 귀족 같은 차림으로 한적하게 휴대폰 스크롤링질이나 하며, 아이야 저기는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아닌 것 같지비. 시베리아 어디쯤 되냐 응? 시베리야? 우리같이 한여름에 발가벗은 사람들을 부정하는 저 시베리야 말야. 웰빙 하나 세우기 위해 뒤가 얼마나 더럽고 힘들어져야 하는지 아니? 근데도 기어코 하겠대요 저 아줌마가! 저저 고상한 척밖에 할 줄 모르는 씨베리야를 죄다 찢어발겨야 하는데!


사람은 주기적으로 발가벗겨져야 하고 재해와 기근으로부터 유목민처럼 옮겨 다녀야 한다. 그러지 않을 때 인간은 저도 모르게 환상에 빠지게 마련이고 정신이 비만해진다. 비만해지다 끝내 저가 태양인줄로 아는데 태양을 움직이는 존재는 망각해 버리는 식. 또는 온 우주가 내 편이고 모든 게 나이자 유일한 하늘의 뜻이라 믿게 되는 식. 인간의 탈을 쓰고는 그 식이 늘 청정하고 올바르게 유지될 수가 없다. 따라서 지금은 나도 당신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잊지 않고 꺼내든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마주했을 때 대상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내기에 앞서 내가 갈 길이 멀어 모름으로 깊이 눈을 감는 이다.


내가 아껴서 너 주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네 편의가 내 고통으로 되오는 것도 아니어야 하지. 더위와 추위만 해도 그것들이 사람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글로 배우고 발만 쪼꼼 담가보는 존재들의 시대야. 네 발가락이 얼마나 감각적인지 몰라도 그래봐야 가장 밑바닥에서 꼬린내나 풍기는 살덩어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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