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망태버섯
초가을비 내리는 쓸쓸한 새벽, 숲 속을 거닐다 기괴한 형체를 발견했습니다. 앞서 그 형체에다 휴대폰을 들이밀고 계시던 아주머니왈, 꼭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 같지 않냐는데 저는 잘 모르겠고 그냥 다있쇼에서 파는 노란 그물 망사 수세미 같고 이름 모를 징그러운 해양생물 같습니다. 이 녀석은 ‘노랑망태버섯’이라고 불립니다. 망토인지 치마인지 치렁치렁하고... 이름도 길고... 아무튼 하이쿠로 남기기엔 부적합한 버섯이네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노랑 망토는 2~3시간 정도의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피어 있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버지께 대충 행운의 버섯 사진이라며 보내드렸는데 정말로 행운을 줘버렸(내가 가질 걸).
일반적으로 노랑망태버섯은 머리 갓에 구멍이 하나뿐인데 이 친구는 특이하게도 입을 두 개나 달고 있네요. 자세히 보니 몸통도 둘인 것 같군요. 그러면 쌍둥이 신부일까요? 대체 누가 데려가는 걸까요?(부럽고)
노랑망태버섯은 여름철 장마가 시작될 때부터 발생하지만 가을에 내 눈에 띄었으니 가을의 계어입니다. (단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