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도중에 잠시 앉아 브런치를 읽는 자리가 있다. 그런데 오늘은 웬놈들이 카메라 여러 대를 철책처럼 둘러놓고는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지나가는 어르신 하이커들은 방앗간 못 지나치고 호기심을 내비치며 그들에게 이것저것을 캐묻는다(휴대폰 카메라 조작법은 공통 질문). 대화를 엿들어 보니 불꽃축제를 촬영하러 온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돗자리며 아이스박스며... 대체 언제부터 이러고 있던 걸까. 앞으로도 열두 시간을 내리 더 이러고 있어야 한다.
좋은 자리들은 자릿세마저 내야 하는 모양이고 십만 원씩이나 한단다. 축제라 하면 모두가 웃고 즐기는 그림이면 좋겠지만 누군가는 한 발짝 뒤에서 그것을 팔짱 끼고 지켜보며 다른 생각을 한다. 좀 더 멀리 떨어진 누군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축제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다. 빛의 스펙트럼처럼 색상(속성)이 달라지는 구간들이 있다. 만일 지구촌 대축제가 벌어진다면 지구 밖은 결코 축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벌써 25년 째라나. 대체 누굴 위한 축제일까. 아직 못 본 눈깔들을 위해? 젊고 새로운 사랑들을 위해? 아니, 기업의 영속을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새나라의 어린이들의 신선한 피를 크리스마스처럼 리필해다 마실 수 있으므로. 하이쿠
야야, 창문 깨지겠다...
(내 몸이 서울이라면 나는 깜짝 놀라 떨어지는 발톱일까, 머리칼일까, 간일까, 심장일까, 심장일 것이다. 내가 떨어지면 서울도 멈출 테니까)
도대체 매년 저걸 해야 되는 이유가 뭘까. 기업 이미지에 도움이 되나? 서울시에 이득이라는데? 근데 서울셔민(서울시-서민)에게는 쌀 한 톨 안 주어지는 것 같다. 길목길목의 하이에나 독수리들로 뼛조각도 남아나질 않는 거야.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잔재를 발로 차거나 덫을 밟거나지.
여의도 세계불꽃축제는 매년 가을(9월 말에서 10월 초)에 열리는 대표적인 가을 축제이므로 가을의 계어입니다.
‘깜짝깜짝’으로 밤하늘에 불꽃이 터지는 이미지와 두 번 놀라는 심정을 담았습니다. 한 번은 불꽃의 굉음, 또 한 번은 ‘또 벌써 한 해가 다 갔구나’하는 자각입니다.
‘올해도 당했구나’라는 구절에도 ‘올해도 다했구나’라는 뜻을 숨겨, 소리와 자각, 두 겹의 놀람을 겹쳤습니다.
쓰레기를, 돌멩이로, 눌러두면,
이따 니네 조상님이 대신 치워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