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추석 장마

by 치카치카



딸배 소리 길길이 널뛰고

한숨 소리 길구나

웬 추석 장마












연휴도 길고



하늘도 한숨 돌리는지 깊이 숨을 끌어다 오래도록 땅을 적신다.


자그마한 한숨들은 커다란 분노에 스러졌으므로


이제서야 가늘은 한숨들이 부슬부슬 돋아난다.








설거지를 하다가 막 라디오에서 들려온 ‘추석 장마’라는 말에 영감 받아 남긴다. 이어서 DJ는 날씨가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날씨는 이상하긴커녕 아무렇지도 않다. 날씨는 날씨를 아주 잘하고 있다. 단지 사람이 사람을 못하면 모든 게 이상하고 부조리해 보이는 것이다. 이상함을 만드는 건 오직 사람뿐이다. 그런 이상함이 모여 비만하고 강력해지면 자연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멀쩡한 생명까지 위협 받는 것이다. 거기에 착하고 예쁘고 열심히 살았고 따위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명절이니까 커피만두



지루함을 가득 담아 지아마리(字余り)합니다.

‘추석 장마’를 ‘수능 한파’처럼 새로운 계절어로 등록합니다.

이번 하이쿠의 핵심은 ‘널뛰고’입니다. 추석 명절의 풍속과 현대의 아이러니를 겹쳐보았습니다. 널뛰기는 즐거움과 전통의 상징이지만 도시의 노동과 생존의 은유로 변주됩니다. 딸배 소리가 명절의 널뛰기처럼 요란하게 오르내리지만 그것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리듬입니다.




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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