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래도

by 치카치카



낙엽이래도

호수처럼 넓고도

고요하도다















비 갠 뒤 땅 위를 반짝이는 것들.


유리조각인가 하고 치우려는데,

낙엽에 고인 빗물이었다.


낙엽이 되어서도 하늘을 가득 담고,

누군가의 물그릇이 되는구나.


오늘 밤엔 별빛마저 훔치려는 듯,

모른 척하는 이 기쁨을 누가 아랴.




하이쿠





낙엽의 현장에서도 빗물고인 낙엽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몸 여기저기 구멍이 송송 뚫렸거나

굽지 않고 뻣뻣하게 굳은 낙엽들,

찬 바람에 뒤집혀버린 낙엽들,

이슬 한 방울 품을 힘조차 남지 않은 낙엽들이 낙엽이었다.


쏟지 않고

내팽개치지 않고

저가 마시지도 않고

꿋꿋이 머리에 이고 있는 낙엽은,

낙엽의 의지가 아닌 더 큰 힘으로 의한다.


(낙엽처럼) 두 손 모아 하늘을 올려다볼 때,

낙엽은 알고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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