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은행나무처럼

by 치카치카



살아가려면

또 은행나무처럼

고약해야 돼














고약하다는 건 생존의 언어야.

고약해야 해충을 물리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지.

고약해지다 보면 미세먼지랑 매연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어딜 갖다 놔도 우직하게 잘 지내니까 마치 저가 관리하기 쉽다고 착각하는데 이봐,

너 좋으라고 내가 여기 있는 건 아니야.


너희들은 이상해.

나는 고약하기만 한데 멋대로 좋은 점을 지어 내.

그래야 마음이 편한지도 모르지.

너희는 때로 두렵고, 외로우니까.


그런 너희들을 봐.

내가 이 도시를 아름답게 만든다고 칭송해.

게다가 비바람 부는 날이면 쪼그려 앉아 내 똥을 몇 시간이고 줍고 있다고.

하하 진짜 고약한 인간들이야.

아주 제법이야.




( ̄^ ̄)

하이쿠의 ‘또’에는 ‘또한(also)’과 ‘다시(again)’의 의미가 겹쳐 있습니다. 살아가는 데에는 고약한 면이 필요하다는 보편적 진술과 동시에 화자에게도 다시금 고약해져야만 하는 시기가 도래했음을 암시합니다.


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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