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을 받아본 게 언제였을까요?
축하받을 일이라곤 전혀 없는 초라한 삶.
아무에게도 기쁨을 줄 수 없는 인생.
누군가의 꽃다발을 볼 때면 나는 한없이 주눅 들고 비참해지곤 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소중한 사람들에게 꽃을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우러나곤 했습니다.
몰래 내 연인에게,
공연을 마친 친구에게,
퇴사를 앞둔 동료에게,
한아름 꽃다발 안고 환하게 웃는 얼굴을 떠올리며 부푼 마음으로 꽃집을 드나드는 나는 그야말로 꽃을 든 남자였습니다.
(지금 나름 진지하니까 꼬출 든 같은 상상은 넣어두시길 바랍니다)
(죽으면 나도, 묻히면 나도, 꽃다발 안을 수 있을까...
역시 죽음이 삶보다 나은 거지... 부럽다...)
언젠가 산사의 무덤가에 놓인 꽃다발을 보고 품었던 생각입니다. 그 자리에서 하이쿠로 남겼는데 두고 보니 너무 청승맞아 패대기쳤습니다. 그날의 꽃다발이 내 품에 안긴 것은 얼마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문득 품에 안은 대파 한 단이 꽃다발 같다는 생각에 미칩니다. 푸른 비닐 속 삼천 원어치의 연어 서더리도 코스모스처럼 한들한들 피었습니다. 나는 이제 한숨 돌리고서, 대파를 송송 썰어서, 맛있는 청국장을 끓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