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 오도독,

by 육순달


나는 여기에 쓰는 사람으로서 있는 것이지 조언을 듣거나 위로받기 위해 있는 게 아닙니다 글은 글일 뿐입니다 만약 나에게 그런 게 필요했다면 차라리 성경을 읽거나 똥깐에 앉아 계피사탕을 빠는 게 훨 낫습니다 덜컥 불편한 심사를 수터는 이유는 엄마를 위해 빨래 돌리고 이불솜을 새로 집어넣었던 자리에 내 어젯밤을 부탁했는데 당신이 새벽 기도를 가신다는 시각에 하필 내 눈이 번쩍 뜨인 까닭입니다 아직도 끝 모르고 깔깔대고 있는 창밖의 이름 모를 녀성들의 목소리들 때문일진대 엄마의 새벽기도는 누구 맘대로 한 몸 되고자 합니까 내 세계와 내 리듬에 추호도 영향받고 싶지 않다는 말입니다 내가 나를 오독하고 또한 남들에게 오독될 여지 모두 거부하겠다는 뜻입니다 가만 보면 브런치는 쓰기도 형편없지만 읽기마저도 썩 좋은 곳이 못됩니다 좋은 이야기는 꼭꼭 숨어 잘 보이지 않고 눈에 띄는 것들은 광고 아니면 제멋에 취해 똥폼 잡는 한심한 놈들 뿐입니다 고작 한 인간 망상과 경험치, Ai 기술에 의지해 이건이거고 저건저거니까 남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이나 하는 가엾은 문장들이 한편으론 귀엽기도 했는데 실은 몸서리칠 정도로 역겹고 진저리 납니다 나는 때로 준다기보다 빼앗기는 기분입니다 저가 잘났기로서니 저의 유능함이 발견했다고 확신할 몽매한 놈들입니다 그들이 벌컥벌컥 문을 열어제낄 때마다 풍겨오는 뜨뜻한 지하주차장 냄새에 짜증이 확 밀려옵니다 그냥 나가서 중고차나 실컷 팔아치우든지 더욱 교묘하게 저울 치는 방법이나 개발하십시오 그게 당신에게 더 잘 어울립니다 그걸 제일 잘할 것입니다 돈도 많이 벌거고요 왜 여기서 쓸데없이 시간낭비하고 계십니까 등신 같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게 뭘까요 당분간은 잠복해서 현관문 벨튀하는 귀여운 텔레토비친구들부터 CCTV 확인해서 뿔을 자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다고 피차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나 기분이라도 내는 겁니다 댓글창도 닫아봅니다 올겨울은 그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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