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하이쿠

by 육순달


햇살은 반갑고 삶에 큰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또 지나치게 강한 햇살은 다가가기 꺼려집니다.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너 '존 나세'라고 즐겨 들어왔으니까요.

그래도 빨래 널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날씨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 일찍 빨래를 널고 옆에 잠시 누워 하이쿠나 몇 줄 읽습니다.




안쪽 깊은 산
밖에서는 모르는
꽃들이 만발







어떤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아무래도 깊은 산속에 숨겨진 꽃들이 먼저 떠오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하이쿠는 이렇게 읽어볼 수도 있어요.


'깊은 산에서는 알 수 없는 꽃들이, 밖에 활짝 피어 있구나.'


밖에서 모르는 나는 옥상에서 비밀수행처럼 맨몸을 활짝 열고 있지만,

옥상 밖에야말로 진짜 꽃들이 만발했을 겁니다.












나 모르는

꽃들이 피어나

같은 햇빛










(복잡한 마음을 하이쿠로 내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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