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벽 두 시에 지붕 위로 올라간 이유는 왠지 아마자라시의 노래 제목 같지만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아니고 지붕 꼭대기에 달린 그 뭐냐, 왕관, 환풍기, 벤츄레이터 때문이다. 저것 때문에 나는 얼마 전 집 앞에 세워진 공무집행 차량을 보고 누군가 구청에 민원을 넣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동안 움츠러들어야만 했다.
시끄러운 게 옆집이었으면 했지만 지켜본 바 빼박 우리집이었다. 이 오래된 철제 왕관은 1)음습한 날 2)기분 나쁜 바람이 불면 3)어금니가 시리도록 곡소리를 낸다. 아마 작년부터 나를 따라 울기 시작한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이 오래된 집의 마음을 읽으려 부단히 애썼고 힘닿는 대로 고치며 살아왔지만 언젠가 방수 페인트로 한바탕 난리를 친 뒤로는 청소도 잘 안 해준다(힘들고 외로워서 못해준다). 그게 서러워서 우는 건지 단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잘 모르겠다. 이 집과 나의 출생 연도가 같다고 해서 나한테 물어봤자 모른다.
낮에 확인해도 되는데, 그리고 일 년 넘도록 잘 참았으면서 그새를 못 참고 웬 충동으로 이 야밤에 지붕을 기어올라갔느냐면 그것도 잘은 모르겠다. 아마 1)더워서 잠이 안 오는데 2)시끄러우니 창문을 열기가 꺼려졌고 3)창문을 연다 해도―소음은 그렇다 치더라도―잠을 설쳤을 사람들의 짜증 같은 반응열들이 머리를 어지럽힐 것이므로 당장 최선을 다한 척을 하자, 알리바이를 만들자 싶은 객기였을 것이다. 객기가 된 이유는 1)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2)실족사할 뻔했으니까. 지붕에서 미끄럼틀을 타려는 순간 슬리퍼를 벗어던진 건 내가 아니었다. 트렁크 팬티였다. 트렁크 팬티 차림의 사체는 불필요한 의혹을 낳을 것이다. 나는 공익을 위해 새벽에도 지붕을 기어올랐지만 세상은 나를 대충 변태 노총각 정도로 결론지을 것이다 이기야.
중심축이지 싶은 어둠의 틈으로 윤활제를 잔뜩 뿌리고 수차례 가회전까지 시켜봤는데 지붕에서 내려오자마자 녀석은 기가 막히게 또 운다.
하.
바람이 부는지도 모르고 나는 온몸에 묻은 검댕이나 씁쓸하게 바라본다.
바람은 잘 날 없으니 사람이 자고 일어나 또다시 지붕을 올라야 한다.
그렇지?
하얗고 매끈한 선풍기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