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념키친

노랑케이크

by 육순달


어제는 유튜블 보다가 할 말이 나서 답지 않게 댓글을 좀 달아봤는데 글쎄 웬 땅딸보 같은 것이 챗봇에 물은 티가 팍팍 나는 투로 인신공격에 궤변을 늘어놓길래 아침부터 자괴감 들고 종일 맘이 불편했는데 그럼에도 '요즘 애들'이란 말을 함부로 꺼낼 수도 없는 노릇이 언제나 그랬으니까 나름 고등하다는 생물조차 비꾸러진 공격성은 지니고 있었으니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쾌락을 탐하는 것이 놀이고 문화라면 차라리 술 먹고 담배 피우는 게 서로에게 덜 해롭지 않겠어 그러지 말고 스스로 락이 되란 말이야 일찌감치 드럼이라도 배우란 말이야 스트레스 많이 받은 거 드럼으로 풀란 말이야 운동 많이 된단 말이야



아무 의미도 없는 데이터 쪼가리에 의지해 세상이 삐걱삐걱 돌아가니 진실로 변화해야 할 거짓 질서가 거짓으로 무너지고 채널마다 혼란과 폭력뿐이니 마음 둘 데 없다. 그래도 올해는 되도록 웃자고 다짐했으니 웃김을 의식해 본다. 특별히 잠자리에 들어서는 하루를 리플레이하며 내게 무슨 일이 있었든 얼마나 한심하고 재수 없는 하루였든 나 보기가 어제와 닮았든 달랐든 지나갔으니까. 웃기잖아. 지나간다는 게 너무 웃기지 않아?(지나가긴 뭘 지나가 지나가게끔 생각하게 된 것이지 너희는 단한순간도 지나간 적 없고 다가올 무엇도 지나갈 수 없다네).




웃김은 영감과 활력을 내놓기도 한다. 그것이 집안에 있는 온갖 노랑들을 한 데 모으기 시작했다. 까맣게 다 익은 척하는 흡사 요즘 애들 같은 맛없는 겨울바나나도 이참에 전부 다 먹어치워 버린다. 역시 노랑은 고귀하고, 안전하고, 의지할 만하다. 그를 기념하는 케이크를 만들어 본다.


[재료=사진+사진 찍히는 거 싫어하는 노랑; 달걀 다섯 명, 베지밀B, 마요네즈]

별로 안 노랑?


그럼 노랑




1) 먼저 볶으면 좋을 애들을 작거나 얇게 썰어 볶으며 2) 보울을 준비해다가 달걀 및 볶지 않는 것들을 전부 넣어 으깨고 섞는다. 3) 달달 볶아진 애들을 보울에 넣어 먼저 있던 애들과 하나 되게끔 유도한다. 4) 달궈진 궁중팬에 기름을 적당히 두른 뒤 준비된 보울을 전부 붓는다. 5) 뚜껑을 닫고 촛불로 오랫동안 익히면



6) (촛불로도) 바닥이 타니까 중간에 한번 저어줬어야 했나



7) 척 보기엔 계란찜 같지만 바나나, 고구마, 호박차분말과 과자부스러기로 인해 제법 케이크 맛이 난다.



8) 탄 부분이 영 거슬린다면 슬라이스 치즈(노랑)로 덮어버리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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