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어딜 보나 유혹과 함정뿐인지라 더군다나 몸도 마음도 극도로 가난한 이 시절 더욱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아니라 홍합께서 매끈한 자태로 날 향해 수줍게 입 벌리고 어깨를 들썩이었다. 달달달달달달달달ㄹ머거머거머거머거머거거거ㅓㅓ(...) 주 1회 굶기 놀이를 시작하니 민망하게스리 잠자리마다 먹고 싶은 것 투성이로다. 그래도 소고기 같은 건 단 한 번을 떠올리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기특하고 감사한지.
본 장면은 내 돈 주고 사 먹는 최초의 홍합 꾸러미가 되시겠다. 2천 원이면 크게 한 바가지를 얻을 수 있는데 이렇다 보니 술집에서 기본안주로 줘도 문제고 안 줘도 문제인 경우가 되시겠다. 실은 이 앞서 홍합을 다듬다가 하이쿠 영감이 났을 뿐인데 말고도 할 말이 남아서 이모양이다.
홍합이 멋진 녀석인 건 조리 중에 달리 무엇을 더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혹시라도 늬들이 게맛을 모를까 봐 (먹지도 못하는) 진주보다 귀한(귀여운) 선물도 척척 내어준다. 어릴 적에는 이런 작은 게들을 멸치볶음처럼 식탁에서 자주 볼 수 있었는데라고 추억하면서 신중히 혓바닥 위에 눕혀주었는데 아스라지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이렇게 가스불 앞에서 히죽거리며 홍합을 하나둘 까먹다 보면 불쑥 다른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그 불쑥을 참거나 흘려보내지 않고 못 이긴 척 따라가다 보면 가끔은 썩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불쑥: 애초에 홍합탕이었지만 홍합 삶은 물이라고 말하면 필시 불편한 기색을 앞세워 기겁하고 발작하는 세상 고상한 척은 혼자 다 하는 귀하신 분들도 더러 계시기 때문에 다시 홍합탕을 먹다가 이만하면 충분히 기분을 냈다 싶을 때즈음해서 남은 홍합을 모조리 발라낸 뒤에 냉동실에 소분해 둔 다진 마늘, 버터와 함께 밥그릇에 담아 그것들을 녹일 겸 식히는 동안 홍합탕으로 파스타를 삶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홍합이 든 밥그릇을 탈탈 털어 넣고 냉장고에 있는 향긋한 채소들로 마무리해 주면 멍멍 맛있는 홍합파스타가 안성-★(토마토 반 개로 약간의 산미를 더하면 밸런스가 더욱 좋다)
까먹은 홍합 껍데기들은 쇼핑카트 정리하듯 일렬로 끼워 맞추면 재미도 있고 쓰레기 부피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