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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Jan 26. 2024

이순신 되는 법

불멸의 耳順神


소리는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강력한 위험성도 내재한다. 귀로 들어와서 몸속에서 깨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외계에서 내계를 진동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내 단잠을 망치는 오토바이 운전수들을 때때로 저주한다. 진짜 어떡하지. 그냥 소리가 들렸을 뿐인데 옮아가는 주의. 그것을 지켜보는 존재. 바로 나, 불멸의 이순신耳順神.

 

  아무래도 이건 아무렇지 않은 거이가 아니야.

  아니야. 안 사랑할 거야.

  싫어하는 게 좀 있어야 사람답지.

  외적을 물리쳐라.

  그리고 나의 죽음은 알리지 말길.


만삭의 와이프를 뒤에 태우고 급히 병원에 가는 중일 리가 없다. 음식이 식기 전에 갖다 줘야지 보다는 빨리하고 한 건 더 해야지 마음일 게다.

  새벽에.

  처먹을생각좀.

  하질말어.

  이사람들아.

  캬ㅏㅏㅏㅏ악!!!


우리동네 정말 점잖고 고즈넉한 동네였는데 수년 전부터 차츰 원룸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지. 혈기왕성한 대학생들, 그리고 중국인들을 들어앉히기 위함일 거였다.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먹으려는 심보들. 그러고 저들은 조용~한 전원에서 유유자적 삶을 누리겠지. 내 집 아니라고 길가에 쓰레기 함부로 버리는 인간이랑 똑같은 놈들. 그나저나 중국인은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걸까? 대체 무슨 대단한 말이길래 그렇게 요란해야 하지?


내 방식을 두고 누구는 어리석다, 또 사람에 따라 자칫 시끄럽다 여겨질 수 있다.

그들마저 고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나는 소리내어 말한 적이 없다.

나는 소음이 아니며 그대가 듣는 것은 그대의 마음상태이자 생각일뿐이다.

나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그렇게 듣는 그대가 있을 뿐이다.

 



아침에 곧잘 비틀즈를 듣는다. 겨울에는 에이미만이나 시규어로스가 나의 주파수였는데 요즘은 비틀즈가 좋다. 하늘이 줄곧 뿌옇기 때문인 것 같다.


Turn off your mind
Relax and float down stream
It is not dying
It is not dying

Lay down all thoughts
Surrender to the void
It is shining
It is shining

That you may see
The meaning of within
It is being
It is being

That love is all
That love is everyone
It is knowing
It is knowing

(...)


나는 유명가수들이 왜 유명한지를 한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 내가 거짓으로 치장하고 멋을 부릴 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외곽이 아닌 인간 깊숙한 곳의 계몽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귓불이 마치 포도농장인양 주렁주렁 달아 놓으면 귀가 있어도 못 듣는 것이다. 외국노래는 더욱 그렇다. 소리를 그저 소리로 듣고 아 좋네, 가사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없으니 상징에 대해서는 더욱 알 수 없었다. 그 가수만큼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된 이유와 비슷하다. 뭔 소리야, 그런 게 어딨어.


뭇 전시회의 작품을 오롯이 즐기지 못하는 것과 같다. 과거에 봤던 작품을 몇 년 뒤에 다시 보고 느낌이 다르다면 아직 발전 가능성이 있고 더욱 정진해야 하는 것과 같다. 어느 순간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면 책마저도 썩 쓸모가 없다. 벽에 다짐 같은 걸 붙이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것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빛이 마음 안에서 영원히 빛나기 때문이다. 그 빛만 잘 돌보면 된다. 예술들은 그 빛의 표상일 뿐이다.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면 느긋하게 커피를 내리며 음악을 듣지만 매일 쫓기듯 출근해야 할 적에는 아침마다 샤워할 때 꼭 노래를 들었다.

나는 안경도 쓸데없이 참 많은데 그런 이유와 같았다.

오늘은 어떤 기분으로 살아볼까 하는 것.


출근하기 전 샤워할 때 대중음악만 듣는다손쳐도 적어도 세 번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그러고 욕실 밖으로 나오자.

밖에서는 뇌로 틀면 된다.


현대인들의 집은 고요하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 거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밖에 나와서는 아니다.

세상에는 그깟 인간의 음악 보다 더 귀한 소리가 많은데 스스로 귀를 틀어막는다.

그로부터 불통이 시작된다. 갈등의 원인이 된다.

요즘도 귀 막고 일하는 그것이 마치 자.유.로.운. 회사가 있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것은 나는 아직 미숙합니다, 인정하는 꼴일 수도 있다.

돌아보면 젖병 물고 일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밖에서는 수용하고 안에서는 집에서 들은 음악의 힘을 분출해라.

대체 언제까지 손가락이나 빨래.


능률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정신을 못 차리는 게 아닐까. 나약한 게 아닐까.

나만의 뭐? 그래야 일이 잘 돼? 왜 그렇게 생각하지? 내가 볼 땐 훨씬 안 되는데?

이어폰 없으면 일도 제대로 못하는 허접소리 듣고 싶은 건 아니겠지?

문명의 노예 같으니라고...


그게 안 되겠다 싶으면 집에 가서 엄마 젖 더 먹고 와라.

너는 가장 중요한 준비가 안 되어있다.

—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게 문제다.

그래서 꼰대다.

이 어리석은 마음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싸가지가 없다. :)


나도 그러지 못했으면서.

매일 이어폰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올 정도로 강력한 헤비메탈을 들으며

'건드리면 뒤질 줄 아셈'이었지.




머리를 말린다.

언제부턴가 가끔 드라이기 소음 속에서 끝내주는 악상이 동시에 흘러나온다. 이거 정말 신기하다. 뮤즈가 들어있나... 방금도 그랬는데 아깝지만 귀찮음이 더해서 소유하지 않고 그냥 흘려보냈다.

세상에 좋은 노래는 많으니깐.

그리고 또 들리겠지 뭐.


오늘도 노래할 거다.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따라 부를 거다.

따라 하려면 잘 들어야 한다.

잘 들으려면 귀의 긴장을 풀어야 한다.

귀의 긴장을 풀려면 얼굴을 풀어야 한다.

얼굴을 푸려면 마음을 풀어야 한다.

마음이 풀리면 누구나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때가 영적인 상태와 가깝다.

음감이 좋아질 거고 눈을 가리고 건반을 눌러도 무슨 음인지 알아맞힐 수 있을 거다.

그러면 준비가 된 것이다.

타고나는 것은 없다.

알지 못해서 그렇다 할 뿐.


구멍 관리를 잘해야 한다.

몸의 공간, 여백을 잘 활용해야 한다.

얼굴만 따져도―모공제외하고―대충 보이는 구멍만 해도 눈, 코, 입, 귀나 된다.

수많은 동굴들... —동굴은 축축해야 동굴이지.


큰 구멍들이 얼굴에 다 모여있다.

응꼬는 부끄러워 가리면서 어떤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얼굴은 잘도 들고 다닌다.


순순이 이순하라.

그러면 누구나 불멸의 이순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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