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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Apr 13. 2024

계집


그것들을 지칭할 마땅한 이름을 궁리하기도 아쉬우니 진작 혓바늘처럼 돋아난 '계집'이라는 표현으로 정한다.

계집 같은 것들이 꼴 보기 싫다는 말을 남기고자 함이다.

나의 계집은 낮잡아 본다는 의미로 사전과 같지만 여자나 아내 한정은 아니다.


계집은 치장하길 좋아한다.

그들은 추레한 본체를 인정하거나 순양하지도, 벗어나지도 못한 채 불쑥 뾰루지 같은 욕망을 주체할 수 없으므로 또 그로부터 세인들의 주의를 빼앗을 요량으로 몸을 칠하고 반짝이는 것들을 박거나 주렁주렁 매단다.

화장을 하여 구멍을 막고 장식하기 위해 구멍을 낸다.

그 꺼벙한 아이디어가 어느 모공에서 삐쳐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삶은 맛이 간 채로 시작되는 여정이다.

사내놈 웅건한 불알 가지고 나와놓고는 뭘 또 주렁주렁 덜렁대려고 하는지.

가진 걸 건강히 뿌리지는 못할 망정 아둔한 계집덜.


계집을 나는 경멸한다.

그들은 자기가 계집질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망신이다.

계집은—화장 않고 단장 없는—나는 그 무엇도 계집이 아니라 믿고 안심하고 있을 터다.

가슴에 의심 바늘 한번 찌르지 못하는 정신불구 비겁쟁이들.

그래서 완벽한 계집이고 계집이라 점심 지나 저녁에 세 개가 되어도 계집을 모른다.


더욱 불쌍한 계집은 계집이 부러워 그와 비슷하게 꾸밀 것들을 아닌 척 구걸하러 다니는 종자들이다.

그토록 가련한 계집질 앞에 나는 무너지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아주 천천히 공들여 휘젓던 미숫가루를 멈추고 치닫던 영화도 끊고 난데없는 계집질 때문에 무너진 잔해를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길게 늘어놓는 것이다.


계집은 황금갑옷을 입는다.

그러기 위해 넝마에 금칠하는 것부터 익힌다.

그것이 오직 삶의 전부이기 때문에 말에 오를 줄도 모른다.

걸음걸음 굉장히 눈 부시긴 한데 눈 감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

너에게 묻고 싶다.

눈 감아도 눈 부신 게 무엇이냐고.

황금갑옷은 대체 어디 있냐고.

너희가 훌쩍처럼 남기고 간 흙부치들 때문에 시방 나는 매일 변기를 뚫어야만 한단다.

네가 삽질하면 메우려 나도 삽질한다고.

그러니 가만히 좀 있어라 얘야.

나 좀 가만있게.

귀찮아 죽겠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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