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간절하면 사이비에 빠지기도 한다
광고에 홀려서 간 이상한 심리상담센터
심리상담을 열심히 가도, 정신과를 다녀도 나의 우울은 전혀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서 심리서적을 찾아보고, 유튜브도 관련 주제에 대해서 닥치는 대로 시청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에게 온갖 심리 콘텐츠들을 추천해 줬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중에 인터뷰 형식의 채널이 있었다. 채널 주인장은 인터뷰 형식으로 심리학자를 불러다가 영상을 만들었다. 주로 인터뷰이로 상담자들이 나오다 보니, 심리 정보를 전달하면서 자신의 상담센터를 홍보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출연했다. 한 영상을 봤는데 출연자가 하는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나온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 사람이 운영하는 상담센터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특이하게도 개인상담보다는 집단상담이 주가 되는 상담센터였다. 집단상담에 대해서 찾기 시작했다. 일대일로 하는 개인상담과 다르게, 상담사 1명과 여러 명의 내담자가 함께 상담하는 방식이었다.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고, '진짜' 관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우와 이건 나를 위한 거야! 하며 상담을 신청했다.
홍보에서 자기들은 다른 상담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던 것과 같이, 그 상담은 특이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 아주 미묘한 방식으로 내담자를 착취하는 상담이었다. 특이하게 그 집단상담에서 강조했던 것은:
1. '화'를 강조한다. 집단상담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야 말로 진짜 관계이고, 솔직함과 '화' 통해서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묘하게 밖에서 맺는 다른 관계는 다 가짜라는 사고방식을 주입했다. 이런 식으로 가스라이팅 해서 집단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집단상담 1개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집단상담 2개와 개인상담 1개를 받으라고 점점 상담을 늘려나가더라.
2. 상담자는 내담자의 변화를 위해서 무슨 짓이 든 해도 된다. 상담윤리 ㅈ까라. 이런 마인드였다. 솔직함을 명목으로 서로 상처를 주는 말들이 오갔고, 상담자는 내담자를 심한 말로 몰아붙였다. 생활 관리를 위해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상담실 밖에서 만나는 일들도 서슴없이 있었고, 내담자끼리와 상담자 내담자 사이에서도 돈거래가 있었다. 이거 말고도 이중관계를 이용한 협박까지... 상담에서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났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것은 상담이라고 부를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이상한 심리상담에 홀려서 다닌 이유는:
1. 기존의 심리상담에 대한 의심. 상담에 노력을 들여도 나아지지 않는 느낌과
2.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든 빨리 나아지고 싶다는 조급함과 간절함.
3. 어디든지 의존하고 싶음. 그 사람들은 전적으로 너에 대해서 책임지고 너를 버리지 않으며 너의 삶에 개입하겠다는 마인드였다.
예전에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을 이해 못 했는데, 비슷한 일을 겪어보니까 이제는 그 사람들을 비난하지 못한다.
이상한 걸 알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빠져나오기 그렇게 어려운 환경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개인상담을 1년 정도 받다가 세뇌당해서 오는 것 같았다. 나는 광고를 보고 간 특이 케이스여서 사람들이 내가 집단에 처음 갔을 때 읭? 뭐 보고 왔어요...? 이랬다. 그래서인지 영업에 있어서 허술한 점이 많이 보였다. 급하게 상담 횟수를 늘리려고 했고, 나한테 화를 내다가도 아 너가 익숙하지 않구나;;; 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있었다.
그래도 그만 다녀야 되는 걸 알면서도 쉽게 그만둘 수가 없었다. 이 상담은 나에게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이 이상한 곳에 계속 다닐 거 같아서 예전에 같이 상담했던 선생님에게 찾아갔다. 그만둬야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그만둘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이게 잘못된 방법인 것은 알지만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곳은 상담계에서는 비윤리적인 상담센터라고 많이 알려져 있었고, 당장 그만두는 것이 좋을 거라고 했다. 울면서 그러면 나는 이제 어떡하냐고 했다. 대화 끝에 선생님과 다시 상담을 시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