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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릎 Feb 03. 2020

흰수염고래

주머니 없이도 따뜻한 손을 믿을 것

가장 비싼 무료 앞에서 서성거린 적이 잦았다는 것

행운을 빌던 나날들을 후회해

나는 몇 만 번의 추첨이 있어도 늘 명단에 없었던지도 모르는 사람

주머니만 뒤지던 내 손은 얼마나 부끄러운가

손이 추워지고 나서야 간절해지는 행복이 있다

의식하지 않던 가격표들이 다가오고

나는 나에게만 가격표를 붙인 게 아닌가 처절해하고

흰 벽 같은 상상을 흰수염고래만한 크기로 한다

어디선가 바다 냄새가 왔다가 또 왔다가

가지 않고 오기만 하고

그럴 때 내 꿈은 모래처럼 걸을 줄 아는 사람

젖고 나면 꿈꾸는 건조를 믿는다

나는 이제 뒤진 주머니를 더 뒤지지 않는다

바다의 반대편으로 계속 걸으면

솟은 행복쯤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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