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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릎 Dec 28. 2020

크리스마스니까

십이월 십오일쯤부터였나? 경기도 이천시 도로가에 새우잠 자듯 죽어있는 어린 고라니를 3일 연속으로 보았다. 그 날부터 오늘까지 유독 추위를 탄다. 나는 알래스카에서 1년살이도 할 수 있다며 떵떵거리던 사람이었는데.

아무튼, 찬바람은 자신이 이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그 위를 유독 빠르게 지나가며 웅웅, 혹은 음음하고 울었던 것 같다.

겁이 많아도 빨리 죽는 운명은 얼마나 슬픈가.
죽음은 다 멀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지펴지지 않는 굴뚝을 바라보며 먼 곳보다

멀리쯤은 떨어진 아득을 생각했다.

지금쯤에서는 고라니가 한껏 더웠으면 좋겠다고 빈다. 크리스마스니까

고라니가, 죽어도 그 누구도 데려가지 못한 고라니가
천국의 남반구쯤, 맑고 맑은 호숫가에서

경계 없는 다리를 하고 가만히, 가만히 졸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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