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둘 다 아는 곳. 그러나 매번 거기라고만 했던 곳. 예뻐서 자주 말했지만 아무리 얘기하고나도 결국 거기였던 곳. 우리 그곳에 꽃을 심자. 계절이나 이름은 너무 개의치 말고, 흙 파는 게 좀 그렇다면, 씨앗이라도 뿌리고 오자. 그러고 나면 내일부터는 거기라는 말 대신 어떤 숨이나 꽃 심은 곳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가 작게라도 피어난다면 우린 더 이상 거기 아닌 거기에서 단촐한 개화파티라도 할 수 있을지 몰라. 그러니까 우리 뭐라도 이 곳에 두고 가자. 거기는 이제 거기까지만 하도록 하고, 우리는 이제 짙은이나 옅은을 서로 나누면서 걸어가자. 여름, 여름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