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어도 등이 몹시 무겁다
명문 고시원
이삿짐은 내일에나 도착할 것이다
불 끈 방
하루 중 가장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침대를 찾아 스며드는 나만의
첫날 밤
누운 나무와
누워있는 나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접촉이 미지근한 밤
이불이 없을 때
몸을 어떻게 뒤척여야 할지
베개가 없을 땐
고개를 어디로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
눈을 떴다가 감았다가
몇 번이고 그러다가
넘어지는 같은 배경들 아래서
나는 열린걸까 닫힌걸까 갇혔다가
달아날까?
물고기가 되었다
꿈이다
꿈인 걸 알아도
깨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내 밑엔 언제부터
침대 대신 도마가 들어와 있던 걸까
미덥잖고 서늘한 날이, 날
누르기 시작한다
목의 밑면에서 시작되는 외침들이
아가미로 새어 나갈 때
어떤 연주도 없는 고요에서
나는
마음에 맞춰 립싱크를 하거나
처단이 무서워 발악조차 못하는
활어처럼
날의 뒤편에 웅크려 죽은 척할 뿐이다
옆방보다 더 먼, 어떤 방 알람이
노크도 없이 들어온다
부치지도 않았던 짐들만 미리
여러 마리의 무리로 몰려와 있는 깜깜
누워있어도 등이 몹시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