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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릎 Feb 05. 2021

명문 고시원

누워있어도 등이 몹시 무겁다


명문 고시원 



이삿짐은 내일에나 도착할 것이다


불 끈 방

하루 중 가장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침대를 찾아 스며드는 나만의

첫날 밤 


누운 나무와

누워있는 나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접촉이 미지근한 밤


이불이 없을 때 

몸을 어떻게 뒤척여야 할지

베개가 없을 땐 

고개를 어디로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 


눈을 떴다가 감았다가 

몇 번이고 그러다가

넘어지는 같은 배경들 아래서

나는 열린걸까 닫힌걸까 갇혔다가 

달아날까? 


물고기가 되었다 

꿈이다

꿈인 걸 알아도 

깨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내 밑엔 언제부터

침대 대신 도마가 들어와 있던 걸까

미덥잖고 서늘한 날이, 날

누르기 시작한다


목의 밑면에서 시작되는 외침들이 

아가미로 새어 나갈 때

어떤 연주도 없는 고요에서 

나는

마음에 맞춰 립싱크를 하거나

처단이 무서워 발악조차 못하는

활어처럼 

날의 뒤편에 웅크려 죽은 척할 뿐이다 


옆방보다 더 먼, 어떤 방 알람이

노크도 없이 들어온다

부치지도 않았던 짐들만 미리

여러 마리의 무리로 몰려와 있는 깜깜


누워있어도 등이 몹시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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