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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릎 Oct 05. 2021

누군가 내 뒤를 봐주고 있다

나는 고양이의 뒤에 있고

겨울은 무서워하고 가을은 반가워하는 고양이의 꼬리를 오래 바라본다. 저 잦은 변경의 경계에 몰두하다 보면 계절도 금방일 것만 같다.


전성기라는 말에 대해 떠올리다가, 가냘픈 아킬레스건이나 가여운 내 등이 짐작될 때 있다. 누군가 내 뒷모습을 저렇게 보고 있기도 할까. 그럼 나는 고맙다는 말을 준비해야지.


여리거나 어린 사람의 뒤를 오래오래 지켜봐 주는 그 마음을 나무처럼 여긴다. 그런 사람의 뒤에는 꼭 하나님 같은 하나님이 있을 것 같다. 그 하나님 같은 하나님 뒤에는 하나님도 모르는 더 큰 하나님이 있을지도 모르고.


가을이나 겨울은 알지도 모르지. 그래서 계속 힌트처럼 우리 생을 맴도는 것일지도 모르고.

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꾸 모른다는 말을 쓰는 것을 보니, 정말 나는 모르는 게 많구나 싶다.


나무가 많다. 가을이다.


@정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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