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랜드마케터가 바라본 2025 올리브영 페스타

VS 쿠팡 메가뷰티쇼, 무신사 뷰티페스타

by 밍밍

H&B스토어 붐이 일던 2010년대에 랄라블라와 롭스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사실상 뷰티 플랫폼 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줄곧 유지하고 있던 K-뷰티의 대표 주자인 올리브영은 최근 무신사와 쿠팡, 컬리, 지그재그, 심지어 다이소의 맹추격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올리브영에서 브랜드사 MD들에게 다른 플랫폼 행사 참여 시, 매대 다 빼버리겠다고 전했다는 후기가 알려져 공정위 조사도 받긴 했지만요. 각자의 플랫폼과 인플루언서, 디지털 마케팅에 힘쓰며 온라인 확장을 진행한 뒤, 점점 오프라인까지 확장하는 모습입니다.


2019년 올리브영이 오프라인에서 연말 어워즈 페스타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이후, 2023년부터 쿠팡과 무신사도 뷰티를 품고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플랫폼 뷰티 페스티벌 기간 및 가격

쿠팡과 무신사는 티켓가격을 각각 100원, 1000원으로 책정해서 마치 '우리도 뷰티 해요, 와서 한 번 봐주세요' 기조로 진행하면서 고객을 끌어모았습니다. 물론 이를 통해 각자의 플랫폼에 '뷰티' 키워드를 연계하면서 온오프라인 신규고객도 획득할 수 있었죠.


이렇게 공격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타사와는 달리, 티켓 가격만 5만원이 넘는 어마무시한 금액에도 티켓팅 전쟁이 일어나는 <올리브영 페스타>. 아직까지는 참여 브랜드 수나 충성고객 차이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 격차가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은 충분히 보입니다.

2023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
2022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쿠팡에서 봤던 브랜드 부스가 무신사에 가니 또 보이고, 올리브영에도 있습니다. 이렇게 참여 브랜드도 많이 겹치고, '페스타'라는 컨셉도 비슷하죠. 게임도 거기서 거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화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죠.


그래서인지 올리브영은 타사 뷰티 페스타가 우후죽순 생겨나던 2024년에 오프라인 페스타를 과감하게 미진행 했습니다. 그리고 2년만에 연말 어워즈가 아닌 날씨 좋은 5월에 <2025 올리브영 페스타>로 돌아왔죠.


저는 그간 쿠팡 메가뷰티쇼와 무신사 뷰티페스타, 컬리 뷰티페스타 등 거의 모든 플랫폼 뷰티 페스티벌에 참여했었는데요.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를 지난 2년간 참여했고, 올해는 직접 티켓팅에 도전해서 다녀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2025 올리브영 페스타는 달라보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규모감도 압도적이었습니다.


2025 올리브영 페스타 차별점


1. '야외 페스티벌&놀이동산' : K-뷰티 보물섬 컨셉

이번 행사 장소는 팝업의 성지인 성수도, 기존의 DDP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용산구 노들섬 3,500평 규모의 잔디밭 위에서 펼쳐지는 행사였죠. 입장을 위해 아주 긴 줄을 섰는데 곳곳에서 애버랜드st 어드벤처 BGM이 흘러나왔습니다. 마치 놀이공원 입장을 기다리는 소녀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 입장 게이트에는 사파리 옷을 입은 스태프들이 있었죠. 행사장에 노을이 붉으스름하게 지면 어쿠스틱 아티스트들의 야외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한 마디로 페스타스러운 페스타였습니다.


2. APP 연동 시스템


오프라인 팝업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해봤던 담당자분들이라면 다 아실 겁니다. 보통은 방문객을 카운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프로모터가 계수기로 일일히 세어야하죠. (사르르 녹는 인건비,,) 그리고 방문객의 부스 이벤트 중복 참여도 막을 수 없습니다. 명분도 증거도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올리브영 페스타에서는 입장객에게 채워주는 팔찌 속 QR코드를 통해서 부스별 참여 체크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부스 이벤트 참여를 위해서는 직원인증이 필요하도록 프로세스를 만들어 재참여를 방지하고, 참여 인원 카운팅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었죠. 또한 고객에게는 15개 부스 이상 참여시 1만원 할인쿠폰 지급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리워드를 제공했습니다.


3. CJ그룹사 시너지

(좌) 비비고 푸드트럭. 출처 뉴데일리 (우) 입장 시 나눠준 K-뷰티 보물섬 지도

올리브영은 CJ의 주요 계열사입니다. CJ그룹은 음식부터 문화공연까지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죠. 행사 장소에서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푸드트럭이 당이 떨어진 입장객들에게 붕어빵 토핑이 올라가있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저녁 6시에는 CJ문화재단과의 협업으로 최유리,홍이삭 등 인기 아티스트 공연을 진행했죠.


또 노들섬 근처에 있는 올리브영 매장의 30% 할인쿠폰을 지급했습니다. 이 점은 쿠팡이나 컬리, 무신사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계열사간 시너지입니다.


기타 눈여겨 볼 점


1. X/숏츠/스레드/커뮤니티 등 여러 곳에서 부스 참여 꿀팁 & 혜자부스 공유 등 -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VIRAL 확산

출처 : 쓰레드

브랜드사와 인플루언서 위주로 초청한 미디어 데이인 5/20(화)부터 후기 콘텐츠들이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모든 인플루언서들의 피드와 스토리에는 올영 페스타(+브랜드) 콘텐츠가 보였습니다.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댓글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눴습니다. 모두의 관심사인 본품 많이 주는 부스와 그렇지 않은 부스, 최적의 동선, 불친절한 프로모터, 복장 TIP 등 아주 사소한 것부터 큼지막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공개하기 때문에 올영 페스타에 못가는 사람은 오히려 소외(?)감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5.5만원인 티켓이 10만원 이상으로 거래글이 올라오기도 했더라구요. 그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2. 무더위 이슈- 첫날 수십 명 쓰러졌다는 썰이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살짝 쌀쌀했던 전주와 달리, 행사 주간에는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 꽂은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잠깐 산책하기에는 더할나위없는 좋은 날씨였으나,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견디기는 무척이나 힘든 무더운 날씨였죠. 게다가 줄도 10~20분씩 기다려야하는 인기 부스도 많았구요. 그렇다보니 행사를 운영하는 프로모터와 관람객까지 무더위에 쓰러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렸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난 후, 저는 5월 중후반에 야외 페스티벌이 도전적인걸까 생각했지만, 4월부터 페스티벌의 본격적인 계절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주최 측의 무더위 대비가 다소 아쉽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방문해보니 주최 측에서는 할만큼 한 걸로 보였습니다. 입장할 때 나눠주는 웰컴 키트 백팩 속에는 양우산과 쿨시트, 물이 들어있었고요. 행사장 곳곳에 얼음물을 나눠주는 스태프들이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담당자였다면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챙모자라도 추가로 제공했을 것 같긴 하네요. 우산은 양손이 무거운 행사장에서 사용하기가 힘들고, 옆사람이 우산 때문에 불편할 수 있으니까요.


3. 입장권 가격&고객 반응


일반 오전 입장권이 무려 5.5만원인데도 불구하고 티켓이 없어서 못들어갈 정도의 인기였습니다. 인기 아이돌 가수가 공연을 하는 것도 아닌데요. 하지만 조금만 돌아다녀도 충분히 티켓값 이상 뽕뽑을 정도의 본품을 뿌리기때문에 아깝지 않았습니다. 저는 약 3시간 정도 행사장에서 8개 정도의 부스 참여하는 정도에 그쳤는데요. 화장품을 가득 담은 가방이 무거워서 척추가 아프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올영 페스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초대권 줄과 일반 입장권으로 나뉘어서 줄을 섰어야 했는데, 입장줄이 매우 길어서 입장까지 40분이 걸렸는데도 제 곁에 있는 앞뒤양옆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질서있게 입장을 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행사 당일이나 D-1에도 관람객들을 위한 문자 안내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행사 참여 시 주의사항은 뭔지, 무더위로 힘들 수 있으니 대비하면 좋다던지 등의 사전 안내가 있었다면 고객들의 클레임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대세감

입구 구조물부터 규모가 매우 크기도 하고, 노들섬 주변에 하얀 백팩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한강 지나가는 모든 시민들이 올리브영 행사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심지어 집에 가려는 저를 붙잡고 어떤 아주머니께서 티켓을 구매해야 저기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볼 정도로 주목도가 높았습니다.


2025 올리브영 페스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총평


다른 뷰티 페스타들과 달라지기 위해, 올리브영이 정말 이갈고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확실히 여러 브랜드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성수동 팝업보다 한강에 나와서 페스티벌을 하니 오로지 올리브영을 위한 축제같은 분위기가 물씬 났지만, 야외에서 진행하기 위한 리스크도 매우 컸을겁니다. 이를 컨펌받기 위해서 실무진 단계에서 많은 준비와 고민이 깃든 기획이 있었습니다.


또 여러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건기식 아이템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요즘엔 혀에 붙여서 먹는 필름형 홍삼도 있더라구요...? 두피 앰플도 종류가 아주 다양해졌구요.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서 행사 참여를 고민해보자면 그저 게임하고 리워드를 고객에게 건네는 것 보다는 얻고 싶은 걸 얻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휴족시간 부스는 이벤트 참여를 위해 줄을 서있는 관람객들에게 구글폼으로 참여하는 고객설문조사 QR코드를 보여줬고, 연령대, 언제 이걸 사용하는지 등의 설문을 진행하고 제출하면 뽑기를 통해 선물을 증정했습니다.


주관식 QUIZ도 메인 아이템의 USP를 고객에게 인지시키기에 효과적입니다. 퍼셀 부스는 고객 대기줄에서 미리 샘플링을 하며, 주요 소구점을 교육시켰습니다. 유산균 00% 들어가있는 앰플인지, 주요 성분의 이름 등요. 퀴즈를 맞춰야만 본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에 저도 열심히 외웠더니 집에 와서도 그 세럼에는 유산균이 90% 들었다는 사실이 잊혀지지 않네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