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쓰면서 생긴 변화

by 안기자

설 이후 무지출 챌린지를 하면서 가계부를 쓰게 됐다. 가계부는 거창하게 쓰는 건 아니지만, 일일 소비를 점검하고 카드 사용 기록에 어떤 것을 구매했는지 기록하고 있다. 약 한 달간 가계부를 쓰면서 뚜렷한 변화가 생겼는데, 소비를 할 때 필요한지를 여러번 따져보고 구매를 결정하게 됐다는 점이다.


가계부를 쓰기 전까지는 신용카드를 주로 이용했는데, 이제는 체크카드를 더 자주 쓰고 있다. 체크카드는 통장에서 사용한 금액이 바로 빠지는 구조이다 보니 내가 무엇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좀 더 확실하게 파악이 된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들었다.


체크카드를 쓰면서 내가 쓰고 있는 돈이 명확하게 보이자 무지출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졌다. 외식을 최대한 자제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저녁은 무조건 집에 들어가서 밥을 차려 먹고, 차려 먹기가 귀찮은 날은 굶거나 과일을 먹는다. 외식 빈도는 예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


무지출 챌린지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고, 고통스럽지 않다. 올해 회사에서 성과급을 줘서 대출을 일부 상환했다. 굉장히 미미한 돈이었지만 대출 잔액에서 앞자리가 바뀌는 걸 보니 정말 뿌듯했다. 집을 사다 보니 늘어났던 대출 금액이 가끔씩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는데 차근차근 갚으면 3~4년 내로는 전부 상환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가계부를 쓰면서 겸손해진 것도 있다. 예전에는 생각 없이 소비를 했기 때문이다. 매달 나오는 카드값이 월급의 60%를 넘긴 적은 없었긴 하지만 소비를 컨트롤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집에 전세로 살고, 알뜰폰 요금제를 쓰는 등 절약을 하긴 했지만, 어떤 것에 소비를 하고 있는지 체크를 안 했기 때문이다.


4년 정도만 열심히 모으면 어느 정도 자산 증식에 답이 나올 것 같다는 판단이 들기 시작했다. 디레버리징을 위해 아낄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아끼고 있지만, 이제 스타트를 끊었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아끼면 어느 순간 빚을 다 상환하고 행복하게 웃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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