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고향

by 안기자

1월부터 연희·연남동을 자주 갔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려서 천천히 연남동으로 걸어가면 연남동 숲길이 보이고, 또 가로질러 터널을 넘으면 연희동이 나오니 동선도 효율적이었다. 친구와 점심을 해결하고 천천히 걷다 보면 해가 서쪽으로 살짝 기울어가는 게 보였다. 시간을 평온하게 보내기에는 연남동과 연희동만 한 곳이 없다는 걸 다시금 되새기며 주말을 보냈다.


연희동은 언제 가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동네다.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언론사 입사 시험을 치러 다니고 신촌에서 논술·작문 스터디를 할 적에는 연세대를 가로질러 신촌에 갔다가 홍대로 갔다가 연남동을 걷고 연희동으로 다시 돌아오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 자그마치 10년이 지났지만 연희동 특유의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20대에서 30대가 됐지만 여전히 동네는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종종 가던 밥집이 여전히 남아있기도 했다. 특정한 장소에 대한 기억이 지속될 수 있다는 건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감상을 느낀다. 풍경이 너무 빠르게 달라지는 요즘이라,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조금은 벅찼다.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는 것 같아서, 소중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10년 전과는 달리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다행히도 연남 연희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종종 이런 상황 유지를 지켜보며 귀한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연희동을 같이 간 친구들도 20대 중반의 나와 20대 후반의 나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다. 길고 숱한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에게 내가 봤던 광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건 행복에 가깝다고 정의 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벅찬 마음이 든다. 내 마음의 고향에서, 행복한 하루들을 보내서 일상에 감사하다.


너무 많이 변하는 것들 사이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사람이든, 장소든, 마음이든 처음처럼 느낄 수 있으면 마음에 안식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좋은 기억을 갖게 되는 게 힘들어진 요즘이라서, 휘발되지 않고 마음의 동력으로 살아남는 기억은 더 귀하다. 어떤 일이든 감흥이 크게 오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살아갈 동력에 관해 생각하고, 그런 곳들을 더 늘려나가자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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