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어느 날 내게 도파민을 어떤 방식으로 채우는지 물어봤다. 한 번도 생각을 안 해 본 주제라 잠깐 당황했다. 좋아하는 게 뭔지는 이제 어렴풋이 아는데, 도파민을 어떻게 채우고 있는지 바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어떤 일을 할 때 계속하고 싶고, 실제로 그렇게 행하고, 이걸 할 때만은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걸 기준점으로 잡아보고 도파민 활동을 분류해 봤다. 내가 도파민을 느낄 때는 크게 신체적인 활동을 할 때와 글과 관련된 활동으로 구분됐다.
우선 신체 활동 중 도파민을 크게 느꼈던 건 러닝이다. 2020년과 2021년에 나는 하프 마라톤 러닝에 성공해 본 경험이 있다. 하프 마라톤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지만, 못 할 정도로 힘든 일은 아니었다.
다만 선행 연습은 있어야 했는데, 처음에는 3km를 뛰는 것도 힘들었지만 3개월 간의 연습 끝에 5km, 7km, 10km, 15km로 점점 달리는 거리를 늘려나갔다. 2021년 4월 오후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친구와 같이 하프 러닝을 시작했고 페이스 6분대 극초반으로 완주를 할 수 있었다.
하프 러닝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발 아픈 것보다 더 컸다. 정말 신기하게도 다음 날 새벽 러닝도 5km를 완주했다. 생각해 보면 그때는 아무 장비도 없이, 러닝화와 바람막이 하나만 입고 완주했다.
지금은 온갖 장비를 차고 해도 그때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는 쉽지 않다. 러닝은 2020년 시작해 2026년이 된 지금도 하고 있으니 내가 가장 오래 한 운동이기도 하다. 러닝 목표를 채웠을 때의 그 도파민은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글 활동은 거창하진 않다. 좋은 글을 읽고, 좋은 글을 쓰려 노력할 때 도파민이 나온다. 어떤 시기에, 내게 필요한 글이 있는데 그 글을 찾았을 때의 쾌감은 그 무엇보다 크다. 수십 번 읽어 보게 되는 글을 아카이빙 해놓고 힘들 때나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때 그 모음집을 들여다본다. 그러면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정리가 되는 걸 느낀다.
텍스트를 잘 보지 않는 시대라고들 한다. 그럼에도 글의 힘은 강하다. 영상은 속도를 어쩔 수 없이 영상에 맞춰야 한다. 그래야 원작자의 의도대로 호흡이 느껴진다. 그러나 글은 자율성이 크게 부여된다.
내 컨디션에 따라 한 문단만 읽어도 되고 100페이지를 읽어도 되고, 완독을 해도 된다. 내 속도에 맞춰서 읽으면 된다. 타인이 지정한 속도보다 온전히 내가 결정하고 내가 읽을 수 있다.
좋은 글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하고 고요해지는 걸 느낀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만큼 '저런 좋은 글을, 문장을 나도 써야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사람에게 말하고 싶지 않고 글로 위로받고 싶은 날에는 책을 펼치고, 좋은 문장을 내 일기장에 기록하는 것도 좋다. 아무에게도 말을 꺼낼 수 없고, 용기를 내어 꺼내더라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얘기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휘갈긴다. 나만 보는 일기장이라든지, 블로그 비공개 글이라든지 그런 형태로 말이다.
글을 쓰면 후련해지는데,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글쓰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느낀다. 수많은 고백이 유독 글을 통해 이뤄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내밀한 부분을 보여주고 싶은 만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글은 가장 큰 도파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