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6일, 오늘은 내가 심사역으로 일을 시작한 지 딱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잡은 키워드는 '일'이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다행히도(?) 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펀드 결성, LP 모집, 딜 발굴, 투자, M&A, Exit,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팁스 등등. 그렇게 불철주야 일하면서 이건 뭐지? 했던 것들, 그중에서도 나만 모르는 게 아닌 다수의 사람들이 몰랐던 비밀들이 있다. 오늘 글에서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그 비밀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벤처투자조합은 출자 총액의 20%까지 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VC들은 투자를 위해 보통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한다. 흔히 '펀드'라고 부르는 것이 이것인데 개인투자조합도 있지만 큰 규모의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보통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한다. 벤처투자조합은 VC들이 결성하는 것이고 VC들은 스타트업, 즉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에 내가 아는 모든 벤처투자조합은 비상장 주식에만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2023년 3월에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나온 벤처투자조합 통합 매뉴얼과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 제51조 4항에 따르면 벤처투자조합도 출자 총액의 20%까지는 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심지어 개인투자조합도 총액의 10%까지는 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이전에 노마드 투자자 서한 독후감에서 비상장 투자 시장에서 분석적 우위나 심리적 우위 같은 진짜 투자 실력을 키우기보다는 정보적 우위만을 쫒고 네트워킹만 하는 행태를 지적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원인을 투자 성과가 '시가'로 찍히지 않고 몇 년 후에야 알 수 있는 비상장 투자의 속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벤처투자조합에서 상장 주식 투자를 섞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발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투자조합의 개인 GP가 받는 보수에 대해 세금 부과 규정이 없다.
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을 뜻하는 GP(General Partner)는 조합의 운영, 투자 의사 결정, 청산 등의 절차를 도맡아 진행하기 때문에 조합으로부터 일정 비율의 관리 보수와 성과 보수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관리 보수는 조합 총액의 연 2~5%, 성과 보수는 초과 수익분에 대하여 15~30%를 받는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개인투자조합이라고 하면 GP가 받는 관리 보수는 연간 2,000~5,000만 원이다. GP가 법인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40조에 보면 창업기획자, 벤처투자회사가 GP를 할 경우는 면세 거래로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개인이 조합의 GP를 할 경우인데 법령을 따져보면 '개인투자조합에 서비스를 제공하여 대가를 받은 관리 용역 수취분이 과세거래에는 해당되지만 개인 GP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싶어도 발급할 수 없다'가 된다.
세금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타 소득으로 신고할 수 있겠지만 기타 소득은 계속성, 반복성이 없는 일시적, 우발적 성격이 있어야 하므로 GP의 관리 업무와는 맞지 않는다. 또 조합이 3.3% 원천 징수 후 GP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부가세를 신고/납부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가 존재한다. 내가 실무적으로 놀랐던 부분은 이 리스크를 그냥 무시하는 개인 GP들이 많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세금 신고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투자조합이 편법 증여의 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다. 부모가 100억 원짜리 개인투자조합을 만들고 관리 보수율을 연 10%로 하여 자녀를 개인 GP로 등록한다. 그러면 연 10억 원의 돈이 세금 하나 없이 자녀에게 증여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큰 금액은 국세청의 조사가 있을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이런 규정이 미비하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초기 투자는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아웃라이어를 찾는 것
이 내용은 비밀이라기보다는 나의 주장에 가깝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린다. 일단 명확한 사실은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멱함수의 법칙(Power Law)을 따른다는 점이다.
많은 사회적 현상은 보통 왼쪽 그래프와 같은 정규분포를 띤다. 키 분포, 시험 성적 분포, 소득 분포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상장 주식 시장도 X축을 기업, Y축을 그들이 낸 성과(주가 상승률)로 그려보면 정규 분포를 띄는 반면에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VC투자를 그래프로 그리면 오른쪽과 같은 멱함수의 분포를 보인다. 즉 아주 소수의 스타트업이 엄청나게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대부분의 다른 스타트업은 아주 미미한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위의 그래프를 보더라도 VC 전체 투자 건의 51%는 1 배수 미만의 수익을 내고, 4% 정도만이 10배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VC의 성공은 10배 이상 성장하는 아주 소수의 기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를 위해서는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아닌 아웃라이어를 찾아야만 한다. 리스크를 줄이는 활동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실패할 수 있는 요소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창업팀의 학력을 보거나, 스펙을 보거나, 다른 투자사와 클럽딜을 하는 것들을 중첩해서 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아웃라이어를 찾는 것은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요소를 찾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다 부족하더라도 그 스타트업의 여러 요소 중 한 가지가 큰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확실해 보인다면 그것을 믿고 베팅하는 활동이다. 그런 단 하나의 이유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펀드의 성공을 만드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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