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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사람 최지인 Mar 02. 2024

인공지능 시대 최후의 보루, IP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2016년,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승리를 거두며 인공지능은 대중들에게 그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 2022년 12월, 오픈AI의 Chat GPT 3.5 등장 후 인류는 인공지능의 힘을 두려워하면서도 실생활에 널리 이용하고 있고, Chat GPT 4.0가 나오면서 GPT 엔진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 서비스들을 만날 수 있는 GPTs라는 마켓플레이스는 Fine tuning을 통해서 각 특화된 분야에서 Chat GPT를 이겨보려 했던 수많은 스타트업들을 문 닫게 만들고 있다. 또 오픈AI는 텍스트를 영상으로 만들어 주는 Sora라는 TTV(Text to Video) 솔루션을 내놓는 등 무서운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Prompt: A stop motion animation of a flower growing out of the windowsill (출처:Sora)


이런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질문은 바로 이거일 거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분야는 도대체 무엇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분야는 IP라고 생각한다. IP는 Intellectual property의 약자로 한국어로는 '지적재산권'이다. IP의 영역은 아주아주 넓다. 음악, 디자인, 상표, 캐릭터,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분야가 모두 IP의 범주에 들어가 있으며, 시장 규모는 국내만 봐도 약 120조 원을 넘는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IP 시장은 통계의 구분과 조금 다르다. 나는 현재의 IP 시장을 IP Holder와 IP Platform으로 나눈다.

IP 홀더는 IP 프로덕트를 IP 플랫폼에 납품하고 수익을 얻는다. 예를 들어 BTS는 본인들의 IP를 활용한 음원을 유튜브 뮤직에 제공하여 재생수에 따른 수익을 얻고, 오징어게임은 드라마라는 IP를 넷플릭스에 제공하여 수익을 얻는다. 이 구조에서 더 발전하여 IP도 만들고 플랫폼도 하는 디즈니 같은 기업이 나오기도 한다. 디즈니는 미키마우스부터 시작해 여러 유명한 IP를 만들기도 하고, 디즈니랜드나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IP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이 구조를 기본으로 보면 Sora가 인간보다 영상을 더 잘 만들기 때문에 영상업계는 끝났다고 말하고, DALL E가 인간보다 그림을 더 빨리 잘 그리기 때문에 디자인 업계도 끝났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인간이 독점하고 있던 IP 홀더의 영역에 인공지능이 들어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IP 홀더와 IP 프로듀서의 개념이 혼재되어 있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IP를 인간이 소유하고 창작했기 때문에 그렇게 여겨질 수 있는데 이 둘을 분리해서 봐야 AI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의 영역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IP 환경에서 인간은 IP 홀더로서 지적재산권(IP Right)을 보유한다. 이 지적재산권을 활용해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는 권리를 인공지능에게 부여하고, 인공지능은 다양한 IP 프로덕트를 만든다. 이를 IP 플랫폼에 납품해 최종적으로 IP 홀더인 인간이 수익을 얻는다. 이런 구조에서 인간은 기존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나의 IP가 잘 브랜딩 되어 있고 팬덤이 있다면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 수 있는 IP Product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구조가 완전히 새로운 구조일까? 아니다. 현재도 아주 소수의 IP 홀더들은 (IP 프로듀서들이 인간이긴 하지만) 이런 구조로 일을 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셀럽인 카다시안 패밀리는 속옷 브랜드 ‘스킴스(SKIMS)’, 뷰티 브랜드 ‘KKW', 화장품 브랜드 ‘카일리 코스메틱(Kylie Cosmetics)', 아이 용품 브랜드 ‘카일리 베이비(Kylie Baby)' 등 다양한 브랜드를 런칭하며 본인들의 IP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 비해서 아직 초기지만 한국에서도 래퍼 빈지노의 'IAB STUDIO', 격투기 선수 정찬성의 에너지 드링크 '코리안좀비 에너지드링크' 등이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심사역으로서, 앞으로 나올 유니콘 중 하나는 IP 홀더와 IP 프로듀서 사이에 다리를 만들고 거기서 발생할 불편함을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이와 비슷한 모델을 가지고 사업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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