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는사람 최지인 Jun 04. 2024

방울토마토를 씻다가 든 생각

결혼을 한다.

2024년 9월, 함께 하는 세 번째 가을에.


그럴 때가 있었다.

절대 죽어도 결혼은 안 할 거라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왜 내 자유가 묶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제 조금은 알겠다.

서로를 더 가깝게 해 줄 방법이 고작 결혼이 전부라 아쉬울 때, 결혼을 한다는 것을.


내 배우자의 이름은 김하늬다.

어디 가서 이름을 말할 때 '무늬 할 때 늬요, 이하늬랑 똑같은 하늬예요'라고 설명을 덧붙여야 하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사람이다.


그녀는 내 세상 반대편의 것들을 알고 있다.

토스트를 계란물에 재워두는 법, 그릇을 이쁘게 정리하는 법, 수건을 호텔처럼 접는 법, 방울토마토를 말려서 올리브유에 절여 두는 방법들 같은, 사소해 보이지만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반대편의 세상을 알게 해 준다.


그녀는 내가 갖고 싶은 것들도 갖고 있다.

부모님께 따뜻한 말을 하는 법, 별 거 아닌 척 사람들을 챙기는 법, 평온하고 환한 미소를 짓는 법처럼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행동들이다. 나라는 사람은 다분히 차가워서 이 사람을 만나고 비로소 인간의 온도를 갖게 됐다.


지난 주말, 방울토마토를 손질해서 에어프라이어에 넣으면서 러브픽션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영화에서 나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사랑을 표현해 달라는 여자친구 '희진'의 말에 남자친구 '주월'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너를 방울방울해

방울토마토를 자르면서 문득 이 말이 생각난 건 나도 내 여자친구를 사랑하기 때문이겠지. 내 세상의 반대편을 알게 해 주고,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있는 그녀가 생각 나서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