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타트업 여행

by 아는사람 최지인

2025년의 마지막 글입니다. 새해 각오나 회고 대신 최근 다녀온 상하이 여행(창업 생태계를 중심으로)을 주제로 담담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4박 5일 정도 상하이를 다녀왔습니다. 얼마 전 경유로 베이징과 선전을 잠깐씩 들렀었는데 위생, 소음, 인파 등등 별로 좋지 않은 경험을 했어서, 막연히 상하이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상하이는 다르다는 말도 꽤 들었어서 기대반, 의심반으로 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의미의) 큰 충격을 받고 돌아온 여행이었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몸소 느끼면서, 한국의 스타트업들 그리고 VC들은 어떻게 미래를 그려나가야 할지 많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중국에서 경험했던 서비스들을 공유드리며 함께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상하이 랜드마크 '동방명주'



무인 택시 상용화


상하이에서 무인 택시는 상대적으로 인구와 차량이 적은 '푸동 신구'에서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시내에서도 편하게 탈 수 있는 미국의 웨이모보다는 덜 상용화된 모습입니다만 사람이 아예 없는 Level 4 자율주행으로 운영하고 있고, 통행이 많은 교차로나 무단횡단 등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잘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한국에서도 저희가 투자한 라이드플럭스 등 여러 기업이 잘하고 계시지만 상용화보다는 아직 기술 실증 단계이고 실주행 거리도 중국 기업 대비 수백 배 차이가 나는 만큼 격차가 꽤 벌어졌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탔던 중국 무인택시 기업인 '포니에이아이'가 한국 기업과 합작 법인(포니링크)을 세워 판교, 강남 등지에서 시범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경쟁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전기차, 전기오토바이의 높은 점유율


상하이 시내에 들어갔을 때 첫 느낌은 사람은 많은데 조용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럴까 주변을 살펴보니 대부분의 차량과 오토바이가 전기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내연 기관 차량은 세금이 비싸고 그나마도 공급이 정해져 있어 돈이 있어도 번호판을 마음대로 사지 못한다고 합니다. 4박 5일 동안 시내 한복판에 있었는데도 내연 기관 차, 오토바이는 10대 정도밖에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가 갔던 곳이 상하이라 비율이 더 높게 느껴지긴 했겠습니다만 통계적으로 전체 차량 중 전기차 점유율은 한국은 10% 초중반, 중국은 50%가 넘을 만큼 전기차, 전기오토바이의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AICC(AI Contact Center) 자동 응대 상용화


저는 이번에 상하이 콘래드 호텔에 묵었는데 이곳은 대부분의 객실 고객 문의를 AI가 처리합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객실 전화기로 전화를 걸면 프론트의 직원이 받아 문의를 처리해 줍니다. 반면에 상하이 콘래드 호텔에서 프론트에 전화를 하면 'I'm your virtual assistant, how may I help you?'라고 AI가 대답하고 물을 달라거나 베개를 바꿔달라거나 하는 등의 요청을 하면 AI가 자동으로 접수하여 처리합니다. AICC 기업에게 중요한 KPI는 응답 자동화율(AI가 모든 프로세스를 처리한 문의 건/전체 문의 건)인데, 제가 쭉 테스트해 본 결과 응답 자동화율이 80% 이상으로 보였습니다. 저도 올해 AICC 스타트업 한 곳에 투자를 했는데, 한국의 큰 기업들은 도입에 망설이고 있는데 반해 중국은 콘래드라는 큰 호텔 체인에도 도입이 완료되어 있을 만큼 격차가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훨씬 편한 음식 배달 프로세스
메이투안 음식 보관함 (출처:'평범한 타오의 하루' 블로그)

배달 앱 경험 자체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큰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포장 음식이나 마트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여 본인이 있는 곳까지 배달 요청하는 것은 똑같은데, 크게 다른 부분은 상품을 수령하는 절차였습니다. 호텔로 배달을 시키면 라이더는 호텔 1층에 있는 보관함에 상품을 넣어놓습니다. 주문자는 보관함 번호를 인지한 후, 보관함으로 가서 핸드폰에 'open' 버튼을 누르거나 임시 비밀번호를 누르면 상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마치 한국의 무인택배함 같은 서비스인데 해당 보관함들을 주문 건마다 유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한국에도 호텔이나 대단지 아파트, 학교 등에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이번 상하이 여행을 통해 제가 가지고 있던 중국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부술 수 있었습니다. '책은 도끼다'라는 박웅현님의 책 제목을 인용해 '여행은 도끼다'라고 할 만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한국의 스타트업과 창업 생태계는 이미 벌어진 중국과의 격차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 VC로서 어떤 투자를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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