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라서 웃을 수 있어
“자기야, 뽀뽀 주세요!”
영상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한국어 표현이 꽤나 만족스러운 듯했다.
뜻밖의 말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니, 그런 건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내가 웃으며 묻자, 그녀는 당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들며 말했다.
“잊지 마! 나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리고는 “내가 잘했지?”라는 표정으로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너무 귀여워서 살짝 놀리고 싶어졌다.
나는 일부러 진지한 척하며 말했다.
“근데 ‘뽀뽀 주세요’도 귀엽긴 한데, ‘뽀뽀해줘’가 더 자연스러워.”
그러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박했다.
“그래? 근데 나는 귀엽잖아! 그래서 괜찮아!”
자신만만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는 내 표정을 놓치지 않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미치괘따! 암쏘 해피!”
서툰 한국어로 귀엽게 표현할 때마다,
나도 장난스럽게 대답해 주고 싶어졌다.
그러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의 고향인 대구 사투리는 그녀에게 더 생소할 테니,
이탈리아어와 섞어서 말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내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순간 놀란 표정으로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
“뭐야 그게! 하하하, 무슨 이상한 말이야!”
“내 고향 대구 사투리랑 이탈리아어를 섞어봤어.
‘널 많이 사랑한다’는 뜻이야.”
내가 태연하게 대답하자,
그녀는 배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
“진짜 이상해! 근데 또 웃겨. 나도 해볼래!”
하지만 그녀는 “니를 윽수로”를 발음하려다 계속 틀렸고,
우리는 그녀의 어설픈 시도에 한참을 웃었다.
그녀는 내 고향 사투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럼, 대구 말로 ‘너를 정말 사랑해’는 어떻게 말해?”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음… ‘니를 윽쑤로 사랑한데이~’ 이렇게 하면 돼.”
그녀는 나를 따라 하려다 “데이” 부분에서 억양이 자꾸 어긋났다.
익숙지 않은 발음이 혼란스러운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니를 윽쑤로… 사랑한데~? 아, 너무 어려워!”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이나 반복하며 연습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사랑한데이~’ 이게 포인트야.
끝을 살짝 늘려주면서 힘을 줘야지.”
내가 강조하며 가르쳐주자 그녀는 다시 시도했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내 해맑게 웃으며 항복을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투리에 대한 흥미는 여전한지,
이번엔 대구 사투리로 나를 칭찬하는 방법도 알고 싶어 했다.
“그럼 ‘왜 이렇게 잘생겼어?’는 어떻게 말해?”
“음… ‘와이래 잘생긴노?’라고 하면 돼.”
내가 말하자 그녀는 곧장 따라 했다.
“와이래 잘… 잘 샘 긴 누?”
하지만 발음이 쉽지 않은지, 몇 번을 반복하더니
자신도 어색하게 느껴졌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내가 제대로 발음하고 있는 거 맞아? 뭔가 이상해.”
“응, 정말 잘했어. 근데 너무 귀여운데?”
내 대답에 그녀는 신이 나서 활짝 웃으며
“와이래 잘 샘 긴 누~”를 몇 번이나 더 외쳤다.
내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종종 대구 사투리를 따라 했다.
내가 무슨 말을 가르쳐줘도 어설프게 흉내 내다가 결국 스스로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덩달아 웃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서로의 발음을 흉내 내며 장난을 쳤다.
그녀는 마치 새로운 놀이를 배우는 아이처럼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통화를 끝내기 전
그녀는 다시 한번 도전했다.
“니를 윽쑤로 사랑한데이~”
이번에는 억양과 발음이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나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오, 이제 좀 대구 사람 같네!”
그러자 그녀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이미 대구 사람이야, 너처럼!”
나는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네가 최고다. 진짜 미취게 따~”
우리는 늘 깊은 대화를 나누곤 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녀의 엉뚱한 한국어와 사투리 덕분에
마음껏 웃으며 서로의 언어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소소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너무 행복했다.
나는 아직 이탈리아어를 능숙하게 할 수 없지만,
그녀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 단어, 한 문장씩 배워 가고 있다.
그리고 그녀도 한국어를 하나씩 익히면서 우리의 대화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본 국제커플들처럼
서로의 언어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을 우리의 모습이 기대된다.
나는 그녀가 늘 우리에게 새로운 추억과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그녀가 활짝 웃을 때면, 마치 3월의 따뜻한 봄날의 햇살처럼
내 마음까지 포근해진다.
사랑은 늘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사랑은 함께 웃고, 대화하고, 사소한 것에 감동하는 순간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란다.
나는 우리의 대화를 통해 사랑이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과정이라는 걸 느꼈다.
서툰 언어를 배우며 웃고,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며 감탄하고,
때로는 상대의 불안과 고민을 조용히 안아주면서,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랑은 무엇을 더 원하거나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순간들이 쌓여가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