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쏘 터치트! (정말 감동받았어요.)

사랑은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 깊어진다.

by 이코

여느 때처럼 영상통화를 하며, 내가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주고 있는지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미안해… 나는 감성적이고 예민한 성격을 가졌어.”


조용히 흘러내리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기보다는, 그녀가 스스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감동하고, 또 어떤 때는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아.

그래서 네가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돼.”


그녀의 흔들리는 목소리와 불안한 눈빛을 보며,

나는 그녀가 지금 얼마나 큰 용기를 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연약한 부분을 솔직히 털어놓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믿고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였다.

그 말끝에는, 혹여 내가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조금의 두려움과 망설임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 네가 어떤 모습이든 다 사랑스러워.

그리고 나는 네가 이렇게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게 더 좋아.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 나도 너처럼 감성적이고 예민한 사람이니까.”


내 말에 그녀의 깊고 큰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넘칠 듯한 눈물이 다시 맺혔다.


“아무도 나한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없어… 정말 고마워.”


그녀는 눈물을 손등으로 살짝 훔치며, 애써 미소 지으려 했다.

그 모습에 나는 그녀를 더 깊이, 더 많이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가 나에게 언제든 마음을 열고,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그녀의 모든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암쏘 터치트 (I’m so touched)!”

그녀는 사소한 배려나 따뜻한 말에도 이렇게 외치며 감동을 표현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가끔 의아했다.

내가 그녀에게 하는 행동이나 말들은 나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진심 어린 배려를 하고 싶어 하는 건 자연스러운 마음이라고 여겼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내가 건넨 작은 배려와 말 한마디조차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녀가 처음 자신을 ‘감성적이고 예민한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예민하다’는 말에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먼저 떠올렸다.

까다롭거나, 쉽게 상처받는 성향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를 통해 나는 ‘예민함’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그녀의 예민함은 작은 것에도 기쁨을 느끼고, 사소한 배려에도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섬세함이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감정을 깊이 느끼며,

일상 속 소소한 행복마저 놓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 덕분에, 나는 예민함이 단점이 아닌,

세상을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감성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일이 바빠져 늦게 끝나는 날이 잦아지면서,

시차 때문에 영상통화를 자주 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

나는 그녀의 퇴근 시간에 맞춰 새벽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 전화를 걸었다.


“너, 아직 안 잔 거야? 한국은 지금 이른 새벽이잖아!”

화면 속 그녀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냥… 네가 보고 싶어서.

일 끝나자마자 바로 너랑 이야기하고 싶었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리며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이내 조용하지만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감동했어…

내가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수 있을 줄 몰랐어.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난 건, 내게 기적 같아.”


그 순간, 그녀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사실, 그녀에게 무언가를 증명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저 함께하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지만,

그녀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벅차올랐다.


나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에 작게나마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1월 1일 새벽, 나는 그녀를 위해 새해 해돋이를 타임랩스로 촬영해 보냈다.

새해를 함께 맞이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기에, 해가 떠오르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그녀와 나누고 싶었다.


추운 새벽 공기 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그녀가 이 해돋이를 보며 미소 짓는 모습을 상상하니 추위도 잊혔다.


촬영한 영상을 보내며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

“올해는 우리에게 특별한 해가 될 거야. 새해 복 많이 받아.”


잠시 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암쏘 터치트! 너무 아름다워! 나도 올해가 우리에게 특별한 해가 되길 바라며 기도했어.”


그녀의 짧은 답장에서, 내가 보낸 해돋이가 그녀의 마음속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 있지만, 같은 희망과 기도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그녀는 길고 정성스러운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며 그녀의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당신은 나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내 마음과 영혼에 이렇게 가까운 사람은 처음이야.

너는 나를 행복하게 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야.

올해 우리는 직접 만나서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될 해가 될 거야.

나는 진심으로 당신과 함께 살며,

매일 우리의 삶을 함께 만들어 가길 바라.

그것이 우리를 하나로 만들 것이고, 다시는 서로를 떠나지 않을 거야.”


그녀의 메시지를 읽으며, 나는 그동안 감정을 절제하며 살아왔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처럼 솔직하고 진심 어린 표현을 마음껏 하지 못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녀는 내가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길 바랐다.

그 바람에 응답하듯, 나는 그녀처럼 내 마음을 더 솔직하고 풍부하게 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날, 그녀가 보내온 메시지에는 나를 향한 사랑과 믿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나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용기를 얻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사랑은 주고받아야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드러내고, 서로에게 솔직할 때 비로소 깊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 소중한 깨달음을 그녀에게서 배웠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