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크레이지 어바웃 유”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는 10대처럼 사랑할 수 있다.

by 이코

나는 어느덧 30대 후반이 되었고, 그녀는 30대 중반이 되었다.

보통 30대의 사랑은 현실적이고 신중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연애라는 단어보다 동반자가 더 어울리고, 설렘보다는 안정감을 추구하는 시기라고도 한다.


하지만 나와 그녀는 그 일반적인 틀을 깨고 싶다.

아니, 어쩌면 이미 깨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다.

마치 10대처럼, 순수하고도 강렬하게.



그녀는 종종 내게 이렇게 말한다.

“I’m crazy about you.”

말 그대로 “너에게 미쳤어”라는 뜻이다.


사실, 이 표현을 처음 사용한 건 나였다.

나는 오래전부터 서로에게 미쳐버릴 듯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순수한 사랑을 꿈꿔왔다.

그래서 그녀에게도 망설임 없이 내 감정을 내보였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미친 듯이 사랑하지.”


그녀는 내 말을 듣고 한동안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그런 사랑을 꿈꿨어.”


그날 이후, 우리는 “미쳤다”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주고받기 시작했다.

어느새 “I’m crazy about you.” 는 우리가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솔직하게 사랑을 전하는 방식이 되었다.



그녀는 늘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족에게 부탁해 하트 모양을 만들고 전신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하고, 매일 셀카를 찍어 내게 보낸다.

사진마다 하트는 빠짐없이 담겨 있다.


그녀는 종종 말했다.

“마치 다시 10대로 돌아간 것 같아.”

그 기분이 좋아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마음껏 표현하겠다고 했다.



반면 나는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1년에 두세 장 찍으면 많은 편이다.

특히 내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어색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내 사진이 보고 싶다며 나를 조르기 시작했다. 결국 몇 번의 고민 끝에 셀카 한 장을 찍어 그녀에게 보냈다. 잠시 후, 그녀의 답장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암 쏘 크레이지 어바웃 유!”


하트 이모티콘이 화면을 가득 채웠고, 그녀는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더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싫어하던 셀카도 찍고, 동영상도 찍기 시작했다.


여전히 카메라 속 내 모습은 오글거리고 어색하다.

하지만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어색함도 조금씩 무뎌지고 있다.

처음엔 마지못해 찍던 셀카였는데, 이제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쳐다보는 내 모습이 익숙해지고 있다.


어쩌면 나는 그것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직 그녀와 함께일 때만 가능한 변화이다.


사랑이 사람을 바꾼다는 것이, 이런 걸까?

그녀는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8시간의 시차를 두고 살아간다.

내가 일어나면 그녀는 잠들 시간이 되고,

내가 잠들 무렵이면 그녀는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서 그녀는 내가 자는 동안,

수많은 메시지와 동영상, 사진을 보내놓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핸드폰 화면이 온통 그녀로 가득하다.

“네가 너무 보고 싶어. 하지만 나는 강한 여자야.

네가 잘 자고 내일 아침 기분 좋게 시작하길 바라. 사랑해!”


그녀의 사랑스러운 메시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그녀의 사랑은 하루하루 내 삶에 스며들어,

내 아침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



그녀는 영상통화를 좋아한다.

아마도 실시간으로 살아 움직이는 나를 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메시지를 주고받다가도, 그녀는 종종 이렇게 묻는다.


“자기야, 피곤해? 괜찮아?”

그 말은 곧 “너만 괜찮다면 영상통화를 하고 싶어.”라는 뜻이다.

나는 항상 피곤해도, 피곤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녀도 내가 피곤하다는 걸 알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늘 “지금 전화해도 될까?” 라며 조심스럽게 물어봐 준다.

화면이 뜨면, 그녀는 내 얼굴을 살피며 안심한 듯 웃는다.


그녀 또한 고단한 일을 마치고 와서 피곤할 것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짜증을 내거나, 미소를 잃는 법이 없었다.


단지 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했다.


그녀의 배려와 섬세함에 매번 놀라면서도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녀가 영상통화를 하고 싶다는 시그널을 보내면, 나는 거절할 수 없다.

아무리 피곤해도 기꺼이 그녀와 화면을 마주한다.



나는 그녀의 순수함이 좋다.

그것은 무지에서 오는 순수함이 아니라, 세상과 사람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그녀만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순수하면서도 놀라울 만큼 성숙하다.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안다.

그런 그녀를, 나는 미친 듯이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나이를 지나왔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참 서글펐고,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현실적인 사랑만 가능하겠지.”

“적당히 계산하며, 어른스럽게 사랑해야겠지.”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녀를 만나고 나서, 나는 그 믿음을 기꺼이 버렸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진심이 있다면,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여전히 뜨겁고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었다.



그녀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사랑은 사람을 바꾸고, 행복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걸 직접 증명하고 있다.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자유로워지고, 감정에 솔직해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가 말했던 “다시 10대로 돌아간 기분이야.”라는 말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순수하고 뜨거웠던 10대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10대 시절처럼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을 그녀에게 아낌없이 줄 것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