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곧 제주도로 온다.
평소처럼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는데, 한 개의 알림이 눈에 띄었다.
그녀의 메시지였다.
급히 화면을 열었다.
“진짜야? 드디어 오는 거야?”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였지만, 메시지를 읽는 순간 단잠이 확 달아났다.
짧은 문장 속에서도 그녀의 흥분과 기쁨이 그대로 느껴졌다.
마치 눈앞에서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읽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드디어, 정말로 그녀가 온다.
행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우리는 간절히, 희망이 아닌 현실이 되는 순간을 기다려왔다.
그녀를 만나는 날이 더 이상 막연한 미래가 아니었다.
이제는 정확한 날짜를 세며 기다리면 그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그녀는 이미 한국행을 계획하고 있었고, 남동생과 함께 두 번이나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서울에서 머물며 남동생과 시간을 보내고,
한국 친구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나를 만나면서 그녀의 계획은 바뀌었다.
그녀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제주도로 오기로 결정했다.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제주도.
익숙한 서울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우리의 첫 만남을 맞이하기로 한 건
그만큼 그녀가 나를 믿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녀의 그 믿음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온 만큼,
나도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이어서 그녀는 두 번째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너에게 갈 거야.
너를 안아주고, 함께하기 위해 세상을 건너갈 거야.”
나와 함께하기 위해 세상을 건너갈 거라니.
살면서 이렇게 로맨틱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메시지를 읽는 순간 눈가가 뜨거워졌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지만, 그 따뜻한 순간을 꼭 붙잡고 싶었다.
누군가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낯선 감정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무도 소중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나는 그녀의 세상을 가득 채운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녀의 말과 행동은 나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벅참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쁨과 설렘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녀가 그 용기를 망설임 없이 행동으로 옮겼다는 사실이.
‘내가 과연 그녀라면,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을 믿고 이처럼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수천 킬로미터를 건너,
낯선 땅에서 나를 만나기로 결정 한 그녀.
그 선택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을지 생각하니,
그녀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고,
그만큼 나를 믿어준 그녀에게 더 깊이 감사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용기를 행동으로 증명해 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하면 더 큰 사랑과 믿음을 줄 수 있을까?
수십 가지의 질문이 머릿속을 스치고 사라졌다.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애썼다.
아무리 고민해도, 우리는 여전히 현재에 머물러 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현재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과거가 된다.
그렇다면,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였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나를 어떻게 그렇게 믿을 수 있었어?”
그녀는 주저함 없이 대답했다.
어쩌면 누군가는 그녀의 선택이 무모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걱정할 것이다. 나는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세상에는 선한 사람들도 있고 악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실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것을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녀에게 진심을 다해 말하고, 행동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진심을 느꼈을 것이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녀의 직감이 옳았음을,
현실 속에서 내가 직접 증명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녀에 대한 강한 직감을 갖고 있다.
그것은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다.
그녀와 나 사이에 쌓인 대화, 그리고 행동에서 비롯된 신뢰다.
직감은 언어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말 너머의 온기, 표정과 눈빛,
서로를 향한 작은 행동들 속에서 더 깊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녀가 비행기에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설레면서도 긴장됐다.
마치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문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그녀와 처음 만나는 날,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은 완전히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