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간 속에서 사랑을 이어가는 법
국제 연애를 하면서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바로 ‘시차’이다.
같은 하루를 살지만, 우리는 다른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내가 하루를 시작할 때, 그녀는 하루를 마무리해야 한다.
내가 잠들어야 할 땐, 그녀는 점심을 먹거나 오후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이처럼 각자의 생활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거리뿐만 아니라, 다른 시간대에 있는 것만으로도 연인 관계는 새로운 방식의 노력이 필요해진다.
만약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었다면, 피곤할 때 함께 쉴 수도 있고,
일과를 끝낸 뒤 자연스럽게 통화하며 하루를 정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루 종일 바빴던 일상을 마무리하며 그녀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그녀는 업무를 다시 시작해야 하거나 반대로
그녀가 대화를 원할 때, 나는 업무 중이라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한다.
생활패턴의 차이로 함께 있을 수 없음에서 오는 허전함,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더 깊이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 네가 곁에 있었다면.”
그런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그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서로가 필요하고 간절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극복해야 했다.
오랜 기간 동안 그녀와 연락만 주고받으면서 깨달은 것은
서로가 ’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선 서로의 시간을 이해하고 서로 배려하려는 노력, 그것이 가장 중요한 시작이다.
나와 그녀는 8시간의 시차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이 아침 8시일 때, 이탈리아는 밤 12시이다.
그리고 한국이 8시간 더 빠르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했다.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5가지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일어나면 그녀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소한 오해가 있거나 깊은 대화가 필요할 때면, 긴 시간이 필요하므로
3시간 전에 일어나 그녀와 영상통화를 하기도 한다.
그녀 역시 내 아침 시간을 존중하며 기다려준다.
내가 피곤해서 늦게 일어나도 그녀는 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메시지를
남기고 잠든다. 중요한 것은 서운한 감정보다는 서로의 생활패턴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가 잠든 시간 동안 각자 하고 싶은 말을 긴 메시지로 남겨놓는 습관이 생겼다.
우리는 자주 볼 수 없고 시간대도 다르기에, 서로의 마음을 깊이 공유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그래서 안부 인사보다는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앞으로 너와 이런 하루를 보내고 싶어.”
등 조금 더 밀도 있는 말을 아낌없이 메시지로 남겨놓곤 한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그녀가 남긴 메시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마치 우리는 서로에 대한 강한 확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도록 말이다.
2번과 이어지는 내용이다.
서로의 하루를 예상할 수 있도록 출근 전 셀카를 찍어 보내거나,
오늘 어떤 일정을 소화할지 미리 알려준다.
예를 들어
“오늘은 많이 바쁠 것 같아 하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 메시지를 보낼게.”
“오늘은 일 마치고 가족들과 식사를 할 거야”
“오늘은 퇴근 후에 동료들과 식사를 할 것 같아 하지만 메시지는 계속할 수 있어”
"오늘 9시부터 5시까지 일할 거야"
처럼 사소한 일상이나 일정에 대해 말해준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면 멀리 있어도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이 든다.
내가 퇴근하는 밤 시간은 그녀의 점심시간이나 오후 업무 시간이다.
그녀가 일을 빨리 끝내는 날에는 내가 잠들기 전까지 영상통화를 하며 하루를 정리한다.
그녀가 바쁜 날에는 쉬는 시간에 짧게 영상통화를 하거나 메시지로 대화를 이어간다.
메세지로만으로만으로 전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영상통화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한정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업무 시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버린다면,
집에 돌아왔을 때 방전되어 서로에게 집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적절하게 에너지를 분배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쓸 에너지를 남겨두기 위해 , 일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는 것이다.
일에서 에너지를 덜 소모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
물론 가끔 너무 바쁜 날이나 피로가 쌓이면 바로 잠들어 버리기도 하지만,
서로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한다.
시차로 인해 불편한 점도 많지만, 우리는 그만큼 서로에게 더 애틋하고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흔히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간절하다.
그래서 시차가 만든 벽을 넘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고, 더 배려하며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둘 중 하나라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소홀히 했다면,
우리 관계는 이미 조용히 끝났을지도 모른다.
피곤하더라도 대화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의 일상을 존중하면서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냥 내 곁에 있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다.
관계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솔직하게 공유하고,
지나친 배려를 지양하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 서로의 거리를 채워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