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벽을 넘어 사랑을 전하는 법
같은 국적, 같은 언어를 쓰고 있어도 우리는 때때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똑같은 말을 했는데도, 듣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는 전혀 다르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국제커플들은 어떨까?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두 사람은 어떤 오해를 하게 될까?
아마도 국제 연애하거나 외국인 친구와 교류하고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녀는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사용하고, 나는 한국어를 사용한다.
나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중요한 이야기나 깊은 대화를 나눌 때면 번역기의 도움을 받곤 한다.
하지만 번역기는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내가 전하고 싶은 감정을 다 담아내지 못하고, 그녀가 보낸 메시지가
내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언어적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오해가,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녀는 내게 말했다.
“No matter how hard it gets, let’s not give up.”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자.)
나는 번역기의 도움을 받았고,
화면에 뜬 결과를 본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포기할 수도 있다?”
“우리 관계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이야?”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그녀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혹시 그녀는 우리 관계를 끝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 평소보다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당황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하지만 나는 짧게 대답하며 피했다.
상처받기 전에 먼저 거리를 두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녀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내 태도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챈 그녀는 한참 동안 나를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아니야, 내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야.”
“난 우리가 포기하지 말자는 의미로 말한 거야. 정말이야.”
하지만 나는 이미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 상태였다.
그녀가 아무리 설명해도, 나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그녀는 직장에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도,
쉬지도 못한 채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침이 되어, 그녀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녀의 글을 한 줄, 한 줄 읽어나갈수록,
나는 점점 깨달았다.
그녀가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그리고, 내가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나는,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상처를 받은 뒤였다.
미안함과 스스로에 대한 화가 뒤섞였다.
그 감정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뿐이었다.
내 무지가 그녀를 아프게 했다.
그녀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할 리 없다는 걸
먼저 떠올렸어야 했는데 말이다.
내가 모든 걸 이해했을 때,
그녀는 그제야 안심한 듯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는,
내 차가운 태도 때문에 그녀가 많이 울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나는 그녀에게 약속했다.
“앞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내 마음대로 판단하지 않고 꼭 질문할게.”
“오해가 생기더라도, 절대 차갑게 대하지 않을게.”
더 이상 오해로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그녀와 대화할 때 조금 더 신중해졌다.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은 꼭 다시 물어보고,
내가 한 말을 그녀가 정확히 이해했는지도 확인한다.
그리고 매일 그녀와 영상 통화를 하면서
내 영어 리스닝 실력도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100%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제는 그녀가 말하려는 뉘앙스를 자연스럽게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전혀 다른 환경과 시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언어까지 배워야 한다는 것은
더 큰 노력과 헌신이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그녀와 더 많은 순간을 공유하고 싶다.
그녀는 나에게 목적의식과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서로를 향한 노력과 마음만큼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소통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어떤 언어로든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어는 결국 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나는 그녀를 통해 매일 사랑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