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한다.

사랑과 두려움, 그 사이에서 우리는

by 이코

그녀가 떠났다.

아무 말도 없이, 내 손을 뿌리치고.


나는 붙잡을 수 없었다.

입을 열어 무슨 말이라도 하려 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점점 멀어져 갔다.

나는 그 자리에 남았다.

얼어붙은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꿈이었다.


그런데도, 가슴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눈을 떴지만, 여전히 그곳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서늘한 공허감이 방 안까지 따라와 있었다.



사랑을 하면 할수록, 그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진다.

그건 마치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가 따르는 것과 같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두려움도 짙어진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

그런데도 가끔은 불안하다.

어쩌면 두려움의 크기만큼 사랑하는 이 가 소중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다. 그로 인해 마주하는 문제들은 늘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

다른 시간대에서 살며 느끼는 외로움, 금전적인 부담, 때로는 생활 패턴의 차이까지.

특히나 서로가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디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때로는 ‘혹시 그녀가 지치지는 않을까?’ 혹은

‘이 거리가 그녀를 더 외롭게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향하도록 하진 않을까?’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장거리 커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두려운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상처 입힐까 봐, 혹은 나의 불안이 오히려 관계를 더 힘들게 만들까 봐 주저하게 된다.




사실 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내가 누군가를 떠나든, 누군가가 나를 떠나든 나는 언제나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내 주변의 사람은 언젠가 떠난다. 영원한 건 없다.” 늘 그렇게 생각하며 나 자신을 위로했으니까.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이 무덤덤함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녀를 잃는다는 건,

내 일부를 잃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나는 용기 내어 그녀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사실, 너를 잃을까 봐 너무 두려워.”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다 차분하게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네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건지 나도 너무 잘 알아.

우리 둘 다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잖아.

하지만 그런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기든, 포기하지 말자. 나는 너를 믿고 싶고, 너도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어.”


그녀의 말이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

내가 꺼내지 못한 감정까지 알아차리고, 조용히 감싸주는 사람.

그녀는 늘 그랬다.


내가 불안해하는 걸 알면서도, 나보다 먼저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는 게 느껴졌다.

나만 두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녀도 나를 잃는 게 두렵다.

그렇기에 더 노력하고, 더 단단해지려 한다.

우리가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안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장거리 연애는 쉽지 않다.

앞으로도 예상하지 못한 벽에 부딪힐 테고, 때로는 지칠지도 모른다.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현실적인 문제들이 쌓이면 더 버거워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걸어가고 있다.

때로는 흔들리기도 하고, 불안해하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붙잡는다.

사랑이란, 결국 그런 게 아닐까.

완벽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선택하는 것.

두려움 속에서도,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하는 걸 포기하지 않는 것.

사랑은 언제나 그런 방식으로 이어지는 거니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