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사랑한 도시와 사람들 속에서, 나도 함께 살아가고 싶다
볼로냐의 오래된 거리에서 그녀와 걷고 있다.
햇빛이 건물 벽을 따라 흘러내리고,
그녀는 익숙한 가게 앞에서 발을 멈춘다.
여기서 자주 커피를 마셨다고,
여기에서 친구들과 많이 웃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로마에 도착해 골목을 걷는다.
말없이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와인을 마시며 식사를 한다.
그녀는 식당 벽에 걸린 그림을 한참 바라보고,
나는 그 옆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녀의 고향인 카세르타에 도착해서는
그녀가 어릴 적 뛰어놀던 거리를 따라 걷는다.
친구의 집에 함께 초대받고,
서투른 말로 대화를 이어간다.
그와 내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는 그녀와 함께 이탈리아에 있는 모습을 자주 상상한다.
그 상상이 구체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건,
그녀의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한 이후였다.
얼마 전, 그녀의 가족과 첫 영상통화를 했다.
사진으로만 봤던 그녀의 어머니, 쌍둥이 여동생였다.
그들은 처음 보는 나를 따뜻하게 바라봤다.
그녀는 말했다.
“내 남자친구야.”
나는 조금 긴장해서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준비해 둔 이탈리아어 인사말을 꺼내 말하기 시작하자,
그들은 따뜻하게 웃어주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족들과 내가 소통할 수 있게 도와줬다.
그녀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해주었다.
그 뒤로는 이탈리아어로 말해서 알아듣진 못했다. 여자친구가 통역해 주길
그들은 내가 이탈리아에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말했다.
“곧 이탈리아에 갈 거예요.”
어머니는 웃으며 물었다.
“When?”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지금까지는 막연했다.
하지만 그 질문 앞에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올해 안에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가게 되면, 한국 음식을 해드릴게요.”
그 말이 약속이 되었다.
그 약속 이후, 상상은 조금씩 구체적인 형태를 갖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더 이상 혼자서 견디지 않기를 바란다.
작은 불안에도 곁에 있을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내가 이탈리아로 가서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내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 하는지 보여줄 것이다.
그들과의 만남이 다음 삶으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가 될 것이다.
볼로냐, 로마, 카세르타.
그녀가 사랑하는 도시들.
그 안에서 나도 살아가고 싶다.
그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녀가 기억하는 시간과
그녀가 아끼는 사람들, 공간, 음식, 말들.
그것들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그 미래를 향해 조용히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