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포기 대신 방법을 찾는다
우리는 서로를 깊이 믿는다.
‘이 사람이면, 오래 함께할 수 있겠다.’
그 확신이 들기까지 수많은 대화를 나눴고, 함께 미래를 그려왔다.
하지만 국제 연애는 시간과 비용을 많이 요구한다.
나는 한국에, 그녀는 이탈리아에 있다.
만나려면 비행기표를 사야 하고, 체류 중엔 생활비도 필요하다.
요즘 저렴한 항공권이 많아졌다고는 해도
유럽까지 가는 비용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자주 만날 수 없기에 한 번 만나면 최대한 오래 함께하려 하지만,
그만큼 생활비와 데이트 비용도 커진다.
멀리서 오는 그녀에게 모든 비용을 나누자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혼자 감당하기엔 벅차다.
시차와 언어, 감정의 문제는 사랑으로 버텨왔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사랑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살고 싶었다.
그리고 함께 늙어가고 싶었다.
우리는 결혼을 꿈꾼다.
그만큼 서로를 사랑한다.
하지만 결혼하고 함께 살기 위해선
누군가는 익숙한 환경을 떠나야 한다.
국내 장거리 연애도 쉽지 않지만,
국제 커플은 언어와 문화까지 새로 적응해야 한다.
더 큰 결심이 필요하다.
나는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막 시작했다.
갚아야 할 대출금이 있고, 혼자 살기엔 충분하지만
둘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녀가 한국에 온다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녀는 다행히 빚이 없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성실하게 살아왔고, 일을 거의 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고학을 전공했고, 네 개 언어를 할 수 있지만
비영어권 출신이라 한국에서 외국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나는 그녀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수직적인 문화를 겪게 하고 싶지 않다.
만약 내가 이탈리아에 간다면
나는 한국어밖에 할 줄 아는 언어가 없다.
이탈리아 경제도 좋지 않다고 들었다.
현지 사람들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외국인인 내가 취업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자국민도 기피하는 일이라도 기꺼이 할 각오가 되어 있다.
나는 그녀에게 내 각오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여러 차례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그 결과, 우리는 타협점을 찾았다.
우선 한국에서 2~3년 함께 지내며
내가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그 후엔 우리가 원하는 나라에서 자유롭게 살기로 했다. 최종 목표는 이탈리아 정착이다.
올해 안에 나는 이탈리아로 갈 예정이다.
그녀의 가족을 만나 인사를 드리고,
혼인신고를 마친 뒤
그녀가 한국에서 머물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그녀가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지,
어떤 선택이 우리에게 최선일지,
그녀가 곧 제주도에 오면 함께 지내며 천천히 고민해 볼 생각이다.
많은 커플들이 현실 앞에서 무너진다.
내 사람이 좀 더 유능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경제적 어려움이 주는 압박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게 생각한다.
경제적 능력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지만,
서로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쉽게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늘 같은 선택을 해왔다.
현실 앞에서 무너지기보다
함께할 방법을 찾는 쪽을 택했다.
이제는 그게 우리에게 더 익숙한 방식이 되었다.
포기하는 대신, 방법을 찾는 것.
그게 우리가 사랑을 지켜온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