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나에게 오기 432,000초 전

곧 내 일상에 그녀가 들어온다

by 이코


그녀가 한국에 오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처음 카운트다운을 시작했을 땐 83일이 남았었다.

지금은 5일 남았다.

곧 그녀의 도착일이 될 것이다.

일은 바빠졌고,

시간은 바빠진 일상 덕에 가속이 붙어 더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83일 전, 그녀의 비행 일정이 정해졌다.

그녀는 전날 저녁 로마에서 출발해, 터키의 이스탄불을 거쳐, 오전 8시쯤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나는 오랜 비행 끝에 지쳐 있을 그녀를 위해 인천공항 내에 있는 캡슐호텔을 예약했다.

그녀가 입국심사를 통과해서 나오면 가장 가까운 숙소이기도 했고, 아침시간부터 이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내가 일을 마치는 시간과 가까운 밤시간에 제주행 비행기 표도 예매했다.

하루라도 빨리, 아니, 몇 시간이라도 먼저 그녀를 만날 수 있길 바랐다.


이런 예약을 혼자 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내가 함께 동행하는 것도 아니라, 혹시라도 호텔 위치나 일정을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닌지 여러 차례 확인하고, 그녀가 찾아야 할 표지판이나

호텔건물 사진들을 캡처해서 그녀에게 보냈다.


비행시간이나 여권 정보 하나라도 틀리지 않았는지,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괜히 내가 실수해서 그녀가 낯선 땅에서 혼란스러워지진 않을까 걱정도 많았다.


내게는 쉽지 않은 지출이었지만,

그녀의 여정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우리가 함께 지낼 공간도 조금씩 준비해 나갔다.

그녀는 내가 출근한 낮 시간 동안

국제 가이드 시험 준비를 할 계획이다.

그래서 작은 모션 데스크와

접이식이지만 푹신한 의자를 골랐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을 테니까.


그리고 커피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커피를 사랑한다.

숙소에 머무는 동안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생전 처음 커피머신을 사봤다.


모델이 너무 많아서 한참을 찾아봤다.

디자인은 어떤 게 좋을지,

캡슐을 사용할지, 원두를 사용할지, 무슨 맛이 괜찮을지,

머릿속에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고민했다.


이탈리아인들이 커피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지 알고 있어서

사실 조금 긴장됐다.

그래도 그녀가 커피를 마시며 활짝 웃는 모습을 상상하니

괜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3~4일을 고민하다가 캡슐 커피머신을 구매하고,

에스프레소용 잔과 아이스커피용 잔도 골랐다.

컵 고르기조차 쉽게 결정되지 않았다.

두어 번 바구니에 담았다가 다시 빼고,

결국은 단정하면서도 예쁜 디자인을 골랐다.


사진을 보내주자,

그녀는 예쁘다며 웃었다.

그녀가 웃자, 나도 따라 웃고 있었다.




그녀와의 생활을 상상하며

테이블을 옮겨보고, 구조를 바꿨다.

집안 곳곳을 청소도 했고,

이불과 베개는 업체에 맡겨살균 소독까지 마쳤다.

하나씩 준비할수록, 정말 그녀가 나를 만나러 오는구나 싶었다.


회사에서는 연일 일이 많았고,

스트레스도 쉽게 쌓였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그녀와 영상통화를 하고 나면

잠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피곤했지만, 괜찮았다.

곧 그녀를 안아줄 수 있다는 것.

그녀의 곁에 내가 함께 있게 된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하루가 견딜 만해졌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