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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Feb 28. 2021

영화 <패들턴> Paddleton

넷플릭스 오리지널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영화 패들턴은 그냥 평범한 중년 아저씨 두 명(앤디와 마이클)의 우정을 묘사한 영화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앤디와 마이클은 자주 같이 시간을 보낸다.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운동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클이 건강 검진을 받았고 검진 결과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암 진단을 받고 남아있는 시간을 친구와 어떻게 보내는지 잔잔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처럼 극적인 반전도 없고 "출생의 비밀"과 같은 자극적인 요소도 없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난 친구는 엄마였다. 어릴 때 생긴 것과 달리 몸이 약해서 잔병치례를 워낙 많이 했다. 그래서, 엄마는 늘 나를 집안에서 우선수위에 두고 특별 대우를 해 주었다. 엄마의 특별 대우에 동생과 아버지는 늘 불만이었다.


엄마는 잔병 치례하는 나 때문에 병원 응급실에 자주 갔다고 했다. 한 번은 홍역에 걸려서, 몸에 열이 40도를 넘어간 적이 있었는데, 내가 죽는 줄 알고, 밤새 한 숨도 자지 않고 옆에서 간호했다고 하셨다.


"그때 너 죽는 줄 알고 밤새 기도하면서 간호했던 생각이 나네. 동네 의사 선생님이 그냥 단순 감기라고 진단하셨는데, 외할머니가 네 증상을 보더니 홍역인 것 같다고 큰 병원에 옮겨서 정말 다행이었어."


그렇게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나를 낳아준 엄마는 아들 장가보내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말기암 진단을 받았다. 말기암 진단을 받은 엄마는 죽는 날까지 평소처럼 지내다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와 같은 연명치료도 거부하셨다. 그냥, 평소처럼 가족,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희망하셨다. 그리고, 암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불쌍하다"는 시선을 받고 싶지 않다며 주변에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셨다.


연명치료 대신 평소처럼 친구와 같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삶을 선택한 마이클


"그간 너희들 키운다고, 해외여행도 제대로 못했네. 나 계모임 친구들이랑 여행 가고 싶어"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 엄마는 그간 사는 게 바쁘다고 미뤄왔던 일본 여행을 가셨다. 친구분들과 일본 여행에 가서 너무 즐거우셨던지 다녀오고 나신 후 몇 시간 동안 여행 이야기를 하셨다. 여고생처럼 신나서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시는 엄마를 보니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누구보다 죽음이 두려울 엄마 앞에서 슬픈 내색을 비칠 수는 없어서 평소보다 더 밝게 엄마를 대했다.


"엄마, 친구들이랑 같이 좋은 시간 보내서 너무 좋았겠다. 다음에는 나랑 꼭 같이 여행 가자!"


3개월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았지만, 너무 건강해 보이는 엄마를 보니 엄마만은 왠지 죽음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한부 선고 후에도 규칙적인 운동과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생활하고 계시니, 체내 면역력이 회복되어 자연스레 암이 치유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기적은 없었다. 엄마는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딱 100일 되던 날 밤에 갑자기 쓰러지셨고 응급실에서 다음날 아침에 돌아가셨다. 그렇게 세상에 둘도 없는 "내편"을 잃어버렸다.  


영화 패들턴에는 우리 인간의 유한한 삶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암에 걸린 친구는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죽지만, 남아있는 친구는 슬픔을 뒤로하고 평소와 같은 일상을 또다시 살아간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없지만 다른 어떤 영화보다 더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그냥 있는 그대로 잔잔하게 보여준다.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은 두 주인공의 모습에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참 많이 났고 "삶에 있어서 무엇이 더 중요한 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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