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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Mar 28. 2021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기

회사에서 정치하는 것을 싫어했다. 정치는 싫어하면서, 내가 관리자가 되었을 때 내게 알랑방귀를 끼면서 정치를 하는 부하직원들이 그리 싫지 않았던 것을 보면, 정치를 싫어했다기보다는 못했던 것이 더 옳은 표현인 것 같다. 동기들 중에는 정치를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윗사람의 경조사를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삼일장 내내 개인 휴가를 내서 일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주말마다 상사들과 같이 골프를 치는 친구도 있었고 저녁마다 혼자 지내는 상사와 술친구가 되어주는 친구도 있었다.


관리자가 되어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부하 직원들의 평가는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해야 하지만, 평소 내게 잘하던 직원들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관리자가 되었을 때 내가 얼마나 정치를 못했는지 절감했다. 상사가 같이 술 먹자고 하면, 집에 가서 아내 대신 애들 봐야 한다면서 거절했다. 상사가 일을 시키면 그냥 조용히 시킨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필요 없는 일이라 생각이 들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꼭 물어봤다. 이렇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직장상사들이 날 좋아할 리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마지막으로 모셨던 상사분 역시 정치를 선천적으로 싫어하시는 분이어서 정치 잼뱅이인 나를 많이 이해해 주셨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 여행을 해오면서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학창 시절 오직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책상에 깨알 같은 글씨로 열심히 적는 친구들을 보았다. 물론 눈치 빠른 선생님이 시험 시작 전에 자리를 바꾸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럴 때 얼굴이 일 그러 지는 친구들은 대개 책상에 열심히 작성한 친구다.


회사를 다닐 때는 승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도 보았다. 자신과 경쟁 관계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해서든지 깎아내리려고 사람들만 모이면 험담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어떤 관리자들은 본인의 성공을 위해 어떻게 해서든 부하 직원들을 착취했고, 성공에 대한 과실은 본인이 독차지했다. 드라마를 보면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망하는 권선징악적 스토리가 많은데, 현실 세계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계속 잘 나가는 것 같다.


얼마 전부터 보기 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면, 주인공이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내용이 나온다. 사람을 속이는 것은 기본이고 거짓말은 밥먹듯이 한다. 심지어, 자신에게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기도 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지만, 현실 정치판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과거 기업가 성완종 씨가 목숨을 끊기 직전에 작성한 성완종 리스트(뇌물을 준 정치인 리스트)에도 불구하고 리스트에 언급된 정치인들이 결국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보면 말이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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