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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Mar 27. 2021

로비로 점철된 자본주의를 구하라

Saving Capitalism



우리 집 두 딸들은 평소에는 애교가 없는 편인데, 갖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갑자기 혀가 짧아진다. 그리고 물주이자 딸바보인 아빠를 상대로 애교(로비) 활동을 펼친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는 법, 딸들의 애교에는 용돈이라는 대가가 따른다.  


초등학생 딸들도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애교(로비)를 동원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들은 오죽하랴.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로비활동이 합법이기 때문에 기업들 대부분은 매년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천문학적 금액의 로비 활동을 펼친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애교(로비)에 대한 대가로 기업에 유리한 법안을 제안하거나 불리한 법안은 지연시킨다.


작년 코로나 시국에도 미국의 중앙은행이자 기업 바보 연준은 기업들의 애교에 넘어갔다. 회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했고, 연준은 윤전기로 달러를 찍어서 회사채를 구매해 주었다. 심지어, 회사에 돈이 넘쳐나는 애플 같은 회사도 회사채를 저렴한 금리에 발행했다. 연준에서 알아서 회사채를 구매해 주시니 회사채가 안 팔릴 걱정은 전혀 없다. 그렇게 회사채로 모은 돈을 어디에 썼을 까? R&D 투자? 신제품 개발? 천만의 말씀,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연준은 회사채 매입과 관련해 대중들의 눈치가 보였던지, 직접 회사채를 매입하지 않고, PMCCF(프라이머리 마켓 기업신용 기구)라는 기구를 만들어서 간접적으로 회사채를 매입했다. 우리나라도 조용히 미국 연준 따라서 SPC를 설립해서 신용이 낮은 회사채를 매입하는 기구를 작년에 설립했다. 예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나라 원화는 우리나라에서만 쓰이기 때문에 미국 따라서 돈 찍어내다가는 짐바브웨처럼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  


로비로 인해 증가한 기업의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미국의 말도 안 되게 비싼 약값과 의료비는 대형 제약회사들의 로비 때문이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충치 치료를 위해 가격을 알아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서 몇만 원이면 해결되는 신경치료(Root Canal)의 가격이 미국에서는 100만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약값 및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한국으로 돌아가 치료받는 학생들이 많았다.    


로비가 합법인 미국에서는 비싼 의료비뿐만 아니라, 총기 자유화도 큰 문제다. 총기 사고로 매일 109명이나 죽는데도 미국에서 총기 보유는 합법이다. 이는 미국 총기협회(NRA)의 정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로비 덕분이다. 미국 총기협회는 총기회사 및 협회 회원들로부터 매년 5,000억 원이나 되는 천문학적 금액을 지원받는다.  그중 2~3,000억 원 정도를 로비 및 홍보에 사용한다. 총기 자유화에 대한 정치인들의 입장에 따라 6등급으로 나누고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F등급은 총기규제를 찬성하는 정치인이고, A등급에 가까울수록 총기 자유화를 찬성하는 정치인이다. 물론 A등급 정치인들에게 로비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이렇게 미국에서는 전 산업에 걸쳐서 로비가 이뤄지고 있고,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물품과 서비스에 로비 비용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아울러, 소비자가 아닌 기업들에게 유리한 입법이 주로 이루어지고 기업들에게 불리한 법안은 폐지되거나 입법이 지연된다. 회사를 대충 경영해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주니 회사의 주주들은 불안에 떨 팔요가 없다.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면서 부족해진 돈은 윤전기를 돌려 찍어내거나 국민들 세금에서 충당하면 된다. 방만 경영에 대한 책임은 대중들이 다 같이 지지만, 경영이 잘 되어서 큰 수익을 거두면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만 나누어 갖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들이 점점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가가 되지 않는 것은 게임의 룰을 모르고 부루마블 혹은 모노폴리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부동산 구입을 통해 자본가가 되지 않고 부루마블 보드판 한 바퀴 돌 때마다 받는 월급에 의지해 살아가면 결국 땅과 호텔을 보유한 자본가들에 의해 얼마 못가서 파산한다.


그렇다고 아무 땅이나 주식을 사면 월급 받는 자들보다는 낫겠지만 금싸라기 땅을 가진 자본가에 위해 서서히 망한다. 뉴욕, 서울과 같이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장소에 호텔을 지은 자가 시골 도시에 호텔 지은 사람을 이긴다.


필자가 미국 주식을 사라고 노래를 불러왔던 것도 미국의 대형 기업들은 정치권과 결탁되어 있어 망할 염려가 적고 회사를 방만하게 경영해서 돈이 없으면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기 때문이다.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를 보면 미국 사회가 얼마나 로비로 점철되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로비가 불법인 우리나라가 미국과 비교해서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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