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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Mar 25. 2021

수익률이 좋으면서 안전한 투자처는?

선택 장애

우유부단한 상사 밑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어떠한 사안을 결정해야 할 때 보통 3가지 안을 준비하고 해당 안 별로 어떠한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보고했다. 어떠한 선택도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사는 선택을 굉장히 어려워했다. 일주일 내내 끙끙하다가 금요일 오후에 항상 이런 말을 했다.


"월요일까지 다른 안들도 있는지 좀 더 검토해서 가져와봐!"


주말 내내 쉬지도 못하고 가까스로 추가 안을 만들어 월요일 아침에 보고하면, 늘어난 옵션에 상사의 선택 장애는 더욱 심해졌다. 결국 일을 추진해야 할 시기를 놓치기 일수였고, 다른 경쟁사들이 큰 성과를 거두고 나서야, 후발 주자로 진입하곤 했다.


남 욕 할 필요 없이 나 또한 선택 장애에 시달렸다. 첫 번째 선택 장애는 2017년에 찾아왔다. 육아와 살림을 도우미 아주머니께 맡기고 회사를 다닐 것인지, 아니면 육아휴직을 내서 아이들을 돌보고 살림을 살 것인지였다. 아내는 이미 육아휴직을 모두 소진한 상태였기에 직장에 다시 복직해야 했다.


육아휴직을 내면 생활비가 줄고, 향후 사내에서의 입지가 줄어든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육아휴직자는 회사 일 하기 싫어서 도망간 사람으로 낙인찍혀서, 복직 후 직장 생활이 순탄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직장생활을 하자니, 어린아이들을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의 손에 맡겨 키워야 했다. 며칠간의 고민 끝에 결국 육아휴직을 내긴 했지만, 당시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선택 장애가 오는 이유는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 결정을 계속 미뤘던 직장 상사는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기 싫어서 미뤘던 것이고, 필자가 육아휴직을 바로 신청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었던 것도 월급이 줄고 회사에서 찍히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떠한 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결국 고민을 선택한다.


지인 중에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있다. 필자가 한국에 돌아온 시점부터 친구는 종종 전화를 걸어 어떤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지 알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친절히 종목을 설명해주고 왜 그 종목을 선택했는지 말해주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친구는 아직도 어떠한 종목을 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부자가 되고는 싶지만, 선택을 미루는 것을 보면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의 책임을 지기 싫은 것 같다. 그래서 그 친구는 지금도 수익률이 좋으면서 안전한 투자처가 없는지 5년째 찾고 있다.


수익률이 좋으면서 안전한 투자처는 없다. 이건 마치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착한 데다가 돈까지 많은 배우자를 찾는 것과 같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착한 여자가 나 좋다고 쫓아올 순 있지만,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2000년대 초반에 얼굴도 예쁜데 마음씨도 착한 파생 상품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름하여 MBS라는 상품이었다. MBS는 주택 담보대출을 기초 자산으로 파생된 상품이었는데, 안전하면서 수익률도 좋아서 전 세계적으로 정말 많이 팔렸다. 그리고 2008년에 우리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으면서 MBS가 사기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미래에 부자가 되고 싶다면, 고민은 이제 그만하고 지금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지금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는데, 미래가 달라져 있길 바라는 것은 씨앗도 뿌리지 않았는데 열매가 맺길 바라는 것과 같다.


지금 뿌린 씨앗 중에 어떤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맺어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서 꾸준히 씨앗을 심고, 동시에 어떤 씨앗이 좋은 열매를 맺어줄 것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선택 장애 (햄릿 증후군) :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에 나오는 명대사다. 극 중 햄릿처럼 현대인의 모습에서도 ‘햄릿 증후군’이 성행하고 있다. 햄릿 증후군은 흔히 ‘결정장애’, 혹은 ‘선택장애’라고도 불리며, 선택을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행동 양상을 뜻한다.


<참고 문헌>


"선택 장애",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유태우 박사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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