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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Mar 30. 2021

이마트만 가면 지름신이 내리는 이유

마트 속 행동경제학

(손) 주부에게 있어 행복한 시간은 뭐니 뭐니 해도 마트 가서 쇼핑하기다. 주말에 가족들이 다 같이 하는 쇼핑도 좋지만, 아내는 일터로 보내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할 때 홀로 유유히 하는 쇼핑이 정말 좋다. 내가 좋아하는 가전제품 코너에서 무한정 시간을 보내도 되고, 배가 고파지면 시식코너에서 무전취식을 해도 된다. 하지만 마트만 갔다 하면 10만 원 넘게 깨지는 것은 예사롭다. 마트만 가면 왜 이리 돈을 많이 쓰게 되는지, 마트에 숨은 행동 경제학 트릭을 찾아보았다.  


여러분 모두 이마트에 장을 보러 간다고 상상해 보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쇼핑카트를 꺼낸다. 기분 탓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쇼핑카트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커다란 쇼핑 카트를 물건들로 꽉꽉 채우면 뭔가 안심이 된다. 실제로 지난 30년간 쇼핑카트의 크기는 3배 이상 커졌다. 현재 코스트코의 바구니 크기는 300L에 달한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180L로 그 뒤를 쫓고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카트 크기가 2배 증가할 때 소비자는 19% 더 구매한다고 한다.  


커다란 카트를 끌고 마트 입구에 들어서면 우리를 먼저 맞이하는 코너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과일 코너다. 먹음직스러운 빨간색 사과와, 주황색 귤, 그리고 검푸른 빛깔의 포도와 블루베리까지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 하지만 언제나 손에 쥐는 것은 맛있고 저렴한 과일인 바나나다. 어릴 때 바나나는 부자들만 먹던 음식인데, 요즘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왜 하필 마트 입구에 알록달록한 과일이 진열되어 있을까? 그것을 바로 Red, Orange, Black, Royal Blue와 같은 색깔에 노출되면 충동구매 (Impulse buying)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과일 코너에서 흥분이 된 우리의 뇌는 시식코너를 마주하게 된다. 아주머니께서 군만두를 열심히 굽더니, 하나 먹어보라며, 종이컵을 건네신다. 만두를 주섬 주섬 먹다 보면, 왠지 사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올라온다. 여기서 상호성의 법칙(The Law of Reciprocity)이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잘해주면, 나 역시 잘해준 사람에게 잘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올라온다. 필자처럼 외모가 준수하지 못한 남자들은 선천적으로 상호성의 법칙을 이해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을 발견하면 그녀에게 끊임없이 잘해준다. 그러면, 심리적 부채감을 갖게 된 여성은 상호성의 법칙에 따라 마음의 문을 열 수밖에 없다. 물론 백 프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 끗 차이로 스토커로 몰릴 수도 있다.


시식코너의 유혹도 무사히 지나치고 나면, 금일 한정 1+1 행사와 마주하게 된다. 매거진 꾸준히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람은 선천적으로 손해 보는 것에 대해 더 큰 고통을 느낀다. 쉽게 말해서 100만 원 공돈 얻는 기쁨보다 같은 금액인 100만 원을 잃어버릴 때 고통이 더 크다는 말이다. 주식이 되었건 소매치기를 당했건 100만 원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100만 원으로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100만 원이면, 내가 좋아하는 짜장면을 200그릇 먹을 수 있고, 조조 영화 100편을 볼 수 있으며, 그간 천 원 더 아낀다고 유통기한 임박한 콩나물을 샀던 고생을 1,000번이나 안 해도 된다.


이를 손실 회피 심리 (Loss Aversion)이라고 말한다. 금일 한정 파격 세일은 오늘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우리의 심리를 마케터들이 살살 건드리는 것이다. 평소에 라면도 자주 먹지 않으면서, 라면은 유통기한이 기니깐 1+1 제품을 사도 될 거야 하면서 필자도 종종 라면을 쟁여놓는다. 결국 라면이 유통기한을 넘겨서 쓰레기가 되곤 하지만, 마케터의 상술에 종종 넘어가곤 한다.


이렇게 수많은 난관을 지나 마지막 계산대에 도착한다. 그러면 우리를 마주하는 것은 천 원 안팎의 껌과 건전지, 휴지 등을 만나게 된다. 오늘 마트에서 산 구매 금액이 총 10만 원 정도 되기에 천 원짜리 껌은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차 안에서 잠 깨울 때 왠지 씹을 것 같아서 껌도 카트에 생각 없이 담는다. 우리의 뇌는 10만 원이라는 금액이 머리에 닻을 내려서 천원은 굉장히 저렴하게 느껴진다. (앵커링 효과 : Anchoring Effect)


우리 집 앞 슈퍼에서 파는 콩나물이 4천 원인데, 10분 걸어가면 같은 제품을 2천 원에 판다. 그러면 손주부는 10분 걸어가서 2천 원 더 싼 콩나물을 산다. 절반 가격에 콩나물을 샀다면서, 득템의 기쁨을 누린다. 그런데, 10분 거리에 백만 원짜리 가방이 99만 8천 원에 팔면 손주부는 걸어가지 않는다. 꼴랑 2천 원 아낀다고 다리 아프게 10분이나 걷지 않는다.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상호성의 법칙 : A가 B에게 호의를 베풀면, B 역시도 A에게 호의를 베풀게 되는 법칙이다.


ㄴ. 손실회피 심리 : 같은 금액이라면 손실을 이익보다 훨씬 더 크게 느끼는 현상을 가리킨다.



<참고 문헌>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 심리편 (저자: 이동귀)

한경 경제용어 사전

https://econlife.com/2018/12/six-facts-about-supermarket-shopping/

https://medium.com/crobox/how-color-affects-shopping-habits-36141daf4c49#:~:text=Market%20researchers%20have%20also%20determined,pink%2C%20rose%2C%20sky%20blue.

https://www.rebootauthentic.com/blog/law-of-reciprocity#:~:text=Social%20psychologists%20call%20it%20The,than%20their%20original%20good%20deed.


<이미지 출처>

http://www.newsmin.co.kr/news/39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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