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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Apr 01. 2021

경제학으로 이성 친구 사귀는 방법

Contrast 전략 및 수요와 공급 법칙

20대 중반까지 모태 솔로였다. 선생님 말씀대로 대학교만 가면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고등학교 때 인기 없는 놈은 대학가도 인기가 없었다. 역시나 고등학교 때 잘 놀던 놈이 대학가서도 인기가 많았다. 대학시절, 어떻게 하면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 골똘히 고민했는데, 뜻밖에도 경제학 수업시간에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외로 선택을 잘 못한다. 선택에 따르는 책임이 두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짬짜면이 나온 것도 선택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우리는 선택 전에 내가 하게 될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음식이나 물건을 고를 때도 이처럼 선택이 어려운데, 한번 고르면 환불이나 반품이 어려운 배우자를 고를 때는 선택이 더욱 어려워진다.


잘생긴 오빠(혹은 예쁜 여자)를 선택하자니, 돈벌이가 시원찮아 미래가 불투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못생긴 오빠를 선택하자니 돈은 잘 벌어도 마음이 설레지 않는다. 잘생기고 돈도 잘 버는 오빠는 이미 여자 친구가 있거나, 바람둥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여자들이 선택을 어려워할 때, 행동경제학에 나오는 Contrast(대비, 對比) 전략을 사용하여 여자들의 선택을 도울 수 있다. 나를 선택하는 것을 고민하는 그녀를 위해, 나보다 살짝 더 못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 된다. 나의 외모는 못생긴 친구와 대비(對比)되어 여자들의 눈에 조금 더 잘생겨 보이고 선택이 좀 더 쉬워진다. 행동경제학자인 Dan Ariely 박사가 직접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비슷한 외모의 Jerry와 Tom 이 있으면 여자들은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여기에 살짝 더 못생긴 친구 Jerry'와 Tom'을 옵션에 추가하면 여자들의 선택은 명확해진다.


못생긴 친구들(Jerry'와 Tom') 덕분에 간택받은 Jerry와 Tom


롯데 시네마에서도 우리는 마케터가 심어놓은 Contrast 전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롯데 시네마에서 파는 팝콘 Large 사이즈가 5,000원이라면, 2분의 1 크기의 Medium 사이즈는 4,500원에 판매한다. 500원만 더 내면, 2배 크기의 Large 팝콘을 먹을 수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Large 사이즈를 선택한다. Large 사이즈의 팝콘만 5,000원에 팔면 소비자들이 다소 비싸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Medium 사이즈 팝콘(못생긴 친구)을 추가하여, Large 팝콘 선택이 현명한 선택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롯데 시네마 팝콘 Medium(4,500원) 및 Large(5,000원) 사이즈 (이미지 출처 : 롯데 시네마)


애플의 아이클라우드도 가격을 책정할 때 Contrast 전략을 적절히 활용했다. 아이클라우드 사용 시 3,300원에 200GB을 쓸 수 있는데, 10배 용량인 2,000GB(2TB)의 사용료는 33,000원이 아닌 11,100원이다. 못생긴 친구 역할을 하는 200GB 상품 덕분에, 2,000GB(2TB) 상품이 합리적 선택처럼 보인다.


20대 중반까지 여자 친구가 없었던 사실이 그때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20대 중반까지 친했던 나의 친구들의 외모를 떠올려 보니 모두 학교에서 알아주는 미남이었다. 내 외모 덕분에 녀석의 외모는 Contrast 되어 더욱 돋보였고, 미남 친구 덕분에 필자는 학창 시절에 연애도 못하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25년간의 암흑기를 지나고 20대 후반부터 인기가 많아졌는데, 지나고 보니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잘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서 대파의 가격이 미친 듯이 올랐듯, 수요 대비 남자 공급이 부족한 집단에 가입했더니 인기가 미친(?) 듯이 올랐다. 뒤늦게 성경에 관심이 생겨서 성경 스터디 그룹에 가입했는데, 집단 내 남자의 비율이 20% 밖에 되지 않았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필자의 가치는 자연스레 올랐다. 내가 처한 환경에 따라 나의 가치가 크게 바뀔 수 있음을 최초로 경험한 순간이었다.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아직 미혼이신 여자분들이 멋진 남자 친구를 만난다면, 저녁 시간에 여자들이 많은 와인바에 가서 우아하게 와인을 마실 것이 아니라, 퇴근 후 소주 마시는 남자 직장인들로 붐비는 여의도나 선릉역 주변 삼겹살 집에 가야 된다. 2차로는 커피 마시러 인스타에서 유명한 카페에 갈 것이 아니라, 남자들이 주로 가는 비싼 당구장에 가면, 금상첨화다. (저렴한 당구장에는 백수 아저씨와 학생들이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투자를 할 때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항상 염두에 두면 좋다. 어떤 회사에 투자할지 고를 때 재무제표를 보는 것도 좋지만, 해당 산업 섹터에 비슷한 물건(대체재)을 공급하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지 보는 것이 좋다. 예컨대, 전 세계에 GPU (그래픽 처리 장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은 두 곳밖에 없다. 요즘에 비트코인과 플레이스테이션의 인기 때문에 GPU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도 공급량을 늘리기는 어렵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니 대파 가격처럼 GPU가격도 미친 듯이 오른다.


부동산 투자할 때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고려하면 좋다. 서울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서울에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저렴한 땅을 찾아서 공공 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서울 땅값이 너무 비싸서 추진하기 힘들어 보인다. 서울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을 늘려 공급을 늘리자니, 재건축 아파트 값이 사업 수익성 개선으로 더 오를 것이므로, 이 또한 쓰기 힘들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처럼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공급하자니, 가뜩이나 서울에 녹지가 없는데 녹지를 추가로 파괴하는 것은 득 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결국 정부에서 공급 해소를 위해 부랴 부랴 내놓은 대책은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인근에 3차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이다. 앞으로 3년 뒤에 3차 신도시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아무래도 조정받겠지만, 3차 신도시와 경쟁 관계에 있는 도시들이 우선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샤넬백의 가격을 떨어뜨리려면, 대체재인 보테가나 에르메스의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현재 진행 중인 3차 신도시 물량이 고공 상승 중인 서울 아파트의 대체재로 시장에서 받아들일지 걱정된다.


<참고 문헌>


https://www.endlessgain.com/blog/is-too-much-choice-bad-for-conver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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