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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Apr 08. 2021

반찬 투정하는 아이들 고치는 방법

이케아 효과 (IKEA EFFECT)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살림을 살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다되어 간다. 회사에서 14년간 정신적 노동에 시달리다가 집에서 육체적 노동을 하니 너무 행복했다. 회사에서는 일처리가 끝나지 않으면, 상사의 지속적인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집에서는 설거지가 좀 쌓이고 집이 좀 더러워져도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어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림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이들 밥 차려주기였다. 밥 차려주기가 힘든 이유는 내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 항상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맛없는 음식을 맛없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한데, 힘들게 음식을 만들고 나면, 음식에 대한 평가가 나에 대한 평가로 느껴진다. 


주는 대로 맛있다고 잘 먹어주는 아내와 달리 입맛 까다로운 두 딸들은 음식 평론가 뺨치게 입이 까다로웠다. 플레이팅이 안 좋거나 한 입 먹었을 때 조금만 맛이 이상해도 밥을 먹지 않았다. (라면은 플레이팅이 이상해도 잘 먹는다.) 한 시간 동안 열심히 낑낑 대면서 만든 요리가 두 딸들에게 외면을 받을 때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게다가 남은 음식은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다음 끼니때 내가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음식을 남기지 않고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행동 경제학의 이케아 효과(IKEA EFFECT)를 써보기로 결심했다. 


이케아 효과란 자신의 노동력이 투입된 결과물에 사람들이 더 높은 가치를 매긴다는 이론이다. 하버드 대학 마이클 노튼 교수와 듀크대 댄 애리얼리 교수가 처음 주장했다. 이케아 가구를 조립해 본 사람들은 느꼈을 것이다. 몇 시간 걸려 힘들게 가구를 완성한 순간 드는 성취감을 말이다. 똑같은 10만 원짜리 가구일지라도 이사 갈 때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노동력이 투입된 이케아 가구를 선택할 것이다.  


다시 아이들 밥 차리기로 돌아와서, 음식을 하기 귀찮은 날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김밥 재료를 준비한다. 김밥은 속재료를 따로 준비하고 손으로 직접 말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데, 냉장고에 남아 있는 음식들을 대충 식탁 위에 꺼내 놓고 추가로 김과 단무지만 준비하면 생각보다 준비가 쉬운 음식이다. 재료를 모두 식탁 위에 꺼내 놓고 아이들을 부르면, 아이들은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신나서 김밥을 말아먹는다. 아빠가 열심히 말아준 김밥보다 자기가 스스로 만든 김밥이 더 맛있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케아 효과를 진화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는 학자들도 있다. 먼 옛날 우리가 원시인이던 시절 힘들게 잡은 먹이(노동력이 투입된 결과물)를 맛이 좀 떨어지더라도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지금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여자분들은 이케아 효과를 연애할 때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오빠가 빨리 스킨십 진도를 빼고 싶어 해도 최대한 애를 태우면서, 진도를 늦춘다. 오빠가 여자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오빠의 사랑이 커진다. 그렇게 오래 애를 태우면 오빠가 지쳐 떨어져 나갈까 걱정이 된다고? 그 정도에 떨어져 나갈 오빠면 애초에 안 사귀는 것이 낫다. 


즉석 떡볶이 프랜차이즈들도 이케아 효과를 적절히 이용한다. 손님들은 주방 이모가 만들어주는 떡볶이도 좋지만, 재료를 본인이 담아와서 자기 자리에서 직접 조리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직접 만든 떡볶이는 웬만큼 맛없지 않고서는 맛있게 느껴진다. 기업 입장에서도 요리와 서빙에 투입될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좋다.    


<참고 문헌>


https://en.wikipedia.org/wiki/IKEA_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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