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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Apr 12. 2021

여왕벌 엄마를 통해 배우는 투자 방법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s)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육아휴직 중이었다. 학부모 총회라는 것을 학기초에 했는데, 학부모님과 선생님이 처음 만나서 인사를 드리는 자리였다. 역시 예상대로 20명의 학부모님 중에서 남자는 나 혼자 뿐이었고 나머지 19명은 30, 40대 여성이었다. 필자가 어릴 적에는 방과 후 아이들끼리 알아서 잘 놀았는데, 요즘에는 친한 엄마들끼리 모여서 아이들을 놀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초등학교에 갖 입학한 딸아이가 왕따가 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엄마들 그룹에 포함되어야 했기에 쪽팔림을 무릅쓰고 단톡 그룹에 들어가려고 애썼다. 회사에서도 하지 않던 정치(알랑방귀)를 여왕벌 엄마에게 했다.  


학부모 총회 이후 여왕벌 엄마가 선봉이 되어 단톡 방을 만들었고 주변 엄마들을 계속 단톡 방에 끌어들였다. 처음에는 작은 그룹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룹의 크기가 커지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다른 엄마의 도움으로 회원카드 없이도 코스트코에 장 보러 갈 수 있었고, 용량이 큰 물건들은 나눠 가질 수 있었다. 덤벙대는 성격 탓에 아이들 준비물과 학교 행사를 빠뜨릴 뻔했는데, 엄마들의 도움으로 빠뜨리지 않고 잘 챙길 수 있었다. 동네 어떤 학원이 좋고, 어떤 필라테스 학원이 잘 가르치며, 어떤 반찬집이 맛있는지 등의 동네 생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여왕벌 엄마가 만든 단톡 방에 유입되는 엄마들이 늘어나자 네트워크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란 사용자가 증가함에 따라서 네트워크에 있는 참여자들에게 가치(Value)가 더해지는 효과를 말한다.


카카오톡이 맨 처음 론칭되었을 때는 사용자가 거의 없어서 쓸모가 없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후 공짜로 문자를 쓸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자 사용자가 급증했다. 사용자가 늘면서 카카오톡이 점점 쓸모 있어졌다. 네트워크 효과가 증가하자, 카카오톡의 기업 가치 또한 점점 증가했고, 지금은 대한민국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분을 카카오톡이 대신하고 있다. 현재는 메시지 앱 시장 점유율 96%를 카카오톡이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무너트리기 위해 경쟁사가 아무리 돈을 쏟아붓고 노력해도 네트워크 효과로 진입장벽이 높아진 카카오톡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식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 고려하는 것 중에 하나가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가 인데, 네트워크 효과를 잘 이용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의 진입장벽은 굉장히 높아서 후발 주자가 따라가기 쉽지 않다. 네트워크 효과는 언덕 위에서 굴러 내려가는 눈덩이 같아서 일단 구축되고 나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쿠팡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파는 물건 수도 적고 구매자 트래픽도 낮았다. 하지만, 로켓 배송이라는 편리함을 맛본 구매자가 재방문을 시작했고, 구매자가 점점 증가하자 판매자들도 점점 증가했다. 쿠팡은 11번가 혹은 지마켓처럼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자이면서, 동시에 자체 배송 시스템도 꾸준히 구축하여 경쟁사와 차별화했다. 쿠팡은 수익의 대부분을 전국 각지 물류 센터 설립 및 배송망 구축에 사용했고, 현재는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져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초격차 전략). 쿠팡의 현재 성장 추세대로면 2025년에는 전 국민 인터넷 쇼핑의 4분의 1을 쿠팡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과 카카오톡의 월간 이용자 수는 5,000만 명이 넘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쿠팡과 카카오톡을 이용해서 물건과 서비스를 팔고 또 구매한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활발히 거래하는 플랫폼이 일단 구축되고 나면 사업 확장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로켓 배송으로 시작한 쿠팡은 구축된 플랫폼을 이용해서 로켓 프레쉬를 시작했고 새벽 배송을 처음 시작한 마켓 컬리의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갈아먹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플랫폼 업체인 아마존의 회원 수는 작년에 1억 5천만 명을 넘었고, 페이스북은 월간 사용자가 27억 명, 구글의 유튜브는 20억 명에 달한다. 이런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마음먹고 디지털화가 아직 덜된 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했을 때 발생하게 될 부가가치는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쿠팡이 항상 벤치마킹하는 아마존의 경우 올해 플랫폼을 활용하여 의약품 배송 및 원격진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약사, 의사 협회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언제 해당 서비스가 시작될지 모르지만, 언젠가 관련 법이 개정되고 서비스가 시작되는 순간 쿠팡의 기업 가치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참고 문헌>

https://www.news2day.co.kr/article/20210224500124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0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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