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되면 벌어지는 일
네덜란드 병
교보문고 가는 길에 우리 동네에서 유명한 로또 집이 있다. 옛날 같으면 버스 토큰을 팔았을 것 같은 이 가게는 시원한 얼음물도 팔지만 로또가 주요 상품이다. 1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렇게 조그만 가게에서 로또 1등이 10명 가까이 나왔다. 덕분에 매주 금요일만 되면 미래의 로또 1등이 되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절벽으로 달려가는 레밍들처럼 일렬로 줄을 서서 로또를 사기 위해 기다린다.
몇 년 전 회사 다니고 있을 때로 기억된다. 매일 지속되는 야근에 회사 가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너무 싫어졌다. 근무 시간 중에 집중해서 끝낼 수 있는 일을 회사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했다. 모두가 야근을 하는 분위기인데, 혼자 6시 정각에 칼퇴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모든 것이 너무 싫어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싶었을 때 로또 집 앞에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김유신 장군의 말처럼 내 몸은 무의식 중에 로또 집 앞으로 향했던 것이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꼬깃 꼬깃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로또 한 장을 샀다. 당첨될 숫자를 OMR카드에 마킹할 힘조차 없어 로또 주인장에게 외쳤다.
"자동 하나 주세요!"
로또를 사고 난 후 집에 오자마자 다이어리를 꺼냈다. 당첨이 되고 나면 20억이란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당첨되고 나면 부장님께 제출할 사직서도 작성했다.
1959년 네덜란드도 로또 1등에 당첨되었다. 진짜 로또가 아니라 흐로닝언 주 인근 바다에서 다량의 가스전을 발견했다. 가스전을 발견하기 전까지 네덜라드는 제조업 등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었는데,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매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게 되었다.
갑자기 많은 외화가 네덜란드에 들어오자 네덜라드의 화폐(길더) 가치가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다. 화폐 가치 증가 시 해외여행을 하거나 물건을 수입할 때는 좋지만, 수출에는 좋지 않다. 달러 표시 제품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네덜란드에 외화가 많이 들어오자 물가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월급 빼고 다 오르니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고, 사회는 점점 불안해져 갔다. 네덜란드 정부는 복지와 공공지출을 늘려 경제를 다시 살리고자 했지만, 경제는 계속해서 침체하게 되었다.
이처럼 자원이 개발된 후 오히려 해당 국가의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을 두고 학자들은 네덜란드 병 혹은 자원의 저주라고 부른다.
부모님이 유산을 남기면 형제자매들이 서로 더 많이 갖기 위해 싸움이 일어나듯이, 한 나라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지하자원이 발견되면, 서로 더 많이 갖기 위해 싸움이 일어난다. 실제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의 내전 위험은 23%에 달한다고 한다. 자원이 없는 나라가 0.5%에 불과하니 상당히 높은 수치다.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제조업이 발달 못하는 경우가 많다. 힘들게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자원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우수한 품질의 수입 제품을 구매하면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아프리카 국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의 제조업 기반은 눈물겨울 정도다. 제조업으로 힘들게 돈을 벌기보다는 수입이 어려운 서비스업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우리나라도 네덜란드 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가 있다. 연세대학교 한순구 교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가 네덜란드의 천연가스와 같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일부 반도체 회사와 배터리 회사를 제외하고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가의 상승과 하락에 따라 자원 부국들의 경제가 휘청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반도체 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따라 나라 경제가 휘청되니 말이다.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네덜란드 병 : 자원이 개발된 후 오히려 해당 국가의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참고 문헌>
https://ko.wikipedia.org/wiki/%EB%84%A4%EB%8D%9C%EB%9E%80%EB%93%9C%EB%B3%91
https://m.segye.com/view/201811080038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