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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Aug 31. 2021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 공짜면 좋겠다.

“아빠, 레드벨벳이 새로운 앨범을 내서 갖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너무 비싸. 공짜로 그냥 나누어 주면 안 되려나?”

“하하하. 옛말에 공짜 너무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 다는 말이 있는데, 예지 그러다가 머리 빠지겠다.”

“아빠! 아재 개그는 그만! 너무 추워!”

“아마 레드벨벳을 아무도 좋아하지 않게 되면 레드벨벳 앨범과 굿즈가 공짜가 되지 않을까?”

“아, 그건 안돼! 레드벨벳 언니들 잘되야된다고! 이번에 뮤직뱅크에서 일등 해서 내가 얼마나 기뻤는데!”

“그럼, 레드벨벳 제품이 공짜가 될 일은 없겠네. 전에 아빠가 말했듯이 재화가 공짜가 될지 안될지의 여부는 희소성의 유무에 달려 있어. 희소성이 있으면 돈을 내야 하고, 희소성이 없으면 공짜지”

“아빠, 미안한데, 희소성이 뭐였더라?”

“사람의 욕망보다 존재량이 적을 때 희소성이 있다고 말해. 다이아몬드 반지는 원하는 사람이 존재량보다 많으니 희소성이 있고, 돈을 내야 하지. 반면 우리가 숨 쉬는 공기는 원하는 사람보다 존재량이 훨씬 많으니 공짜지.”

“나중에 내가 할머니가 되면,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으니 더 싸지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예지처럼 할머니가 되어서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으면 더 비싸질 수도 있지. 레드벨벳 앨범처럼 갖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 희소성을 띄는 재화를 경제재라고 하고, 희소성이 없는 재화를 자유재라고 말해.”

“응, 그렇구나. 그런데, 경제재와 자유재는 한 번 정해지면 바뀌지 않는 거야?”

“오, 정말 좋은 질문이야. 시대와 장소에 따라 자유재가 경제재가 되기도 하고 경제재가 자유재가 되기도 하지. 아빠가 어릴 때만 해도 물을 사 먹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어. 수돗물을 끓여서 보리차를 만들어 먹었지. 하지만, 지금은 물이 경제재가 되어서 생수를 사 먹는 것이 일반화되었어. 기후변화로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점점 줄어들게 돼. 그때가 되면 물이 희소해져서 가격이 더 오를지도 몰라. 반면 비싼 등록금을 받던 대학교 수업은 자유재가 되어 가고 있어. 이미 전 세계 유명 대학들은 강의의 대부분을 무료로 인터넷에 배포했고, 인터넷만 깔려 있으면 저명한 하버드 대학교수의 강의를 집에서 들을 수 있지. 옛날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야.”

“우와! 하버드 대학교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고? 그럼 대학교 안 가도 되겠네?”

“응,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가는 이유는 자신의 가치를 타인에게 설명하기 쉬워서야.”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예지가 예를 들어 하버드 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장이 있으면, 사람들은 졸업장만 보고도 예지의 능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지. 지식이 충분히 있어도 졸업장이 없으면, 타인의 신뢰를 얻기 힘들고 무엇보다 예지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 대학에 갈지 안 갈지를 선택하는 것은 예지의 자유지만, 만약 대학에 가지 않겠다면, 예지의 능력과 가치를 타인에게 쉽게 증명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아.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곳에 포트폴리오를 남겨 놓으면 타인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쉬울 것 같아.”

“생각해 보니 아빠가 브런치에 쓰는 글은 돈 한 푼 못 받고 있으니 자유재구나! 빨리 희소성을 갖추도록 해!”

“아니, 요 녀석이!”

"하하하!"


<심화 학습>


자유재와 경제재는 희소성의 유무에 따라 나뉘며, 상황에 따라 성격이 바뀌기도 합니다. 과거 자유재였던 물은 현재 경제재가 되었습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가뭄이 지속되면서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이 계속해서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물의 희소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물과 관련된 ETF 수익률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 관련 ETF들은 15년 전 처음 세상에 출시된 이후 매년 20% 정도의 꾸준한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제재였다가 자유재로 변한 것들도 있습니다. 유명 대학들의 전공 수업이 자유재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무료로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이수 수료증 발급 시에만 10만 원 안팎의 수강료를 지불합니다. 구글과 같은 빅 테크 기업들이 채용 시 해당 수료증을 인정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잃어버린 30년을 겪고 있는 일본의 지방 부동산들도 희소성을 상실하고 자유재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일본 지방 부동산은 공짜로 나온 매물도 많고 주택 한 채에 백만 원 정도밖에 안 하는 매물도 많습니다. 이렇게 저렴하게 나와도 향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믿음 때문에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백만 원을 주고 매입하더라도 향후 발생하는 재산세, 관리비와 같은  유지비가 더 들어가기에 사람들은 지방 부동산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지방에 인구가 계속해서 줄자 지방정부 재정이 악화되었고, 공공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상업시설과 생활 편의 시설이 줄자 인구는 도시로 더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발생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방 도시의 슬럼화를 막아보고자 지방 중추 거점 도시를 선정하여 공공 서비스(도로, 교량, 의료, 교육 등)가 유지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일본처럼 지방 소도시에 빈집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매해 빈집이 증가하고 있고 전체 빈집 수는 152만 호까지 증가했습니다 (2019년 기준). 이는 주택 12 호 중에 한 곳이 빈집이라는 뜻입니다. 정부는 지방 도시 활성화를 위해 혁신도시들을 설립했는데,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주변 원도심이 슬럼화 되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사람들이 이주하기보다 주변 도시에서 혁신도시로 이주하는 바람에 이러한 일이 생긴 것입니다. 혁신 도시에 이주하는 5명 가운데 4명이 주변 지방 도시 사람이라는 통계자료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무료로 유명 대학 수업 듣는 곳>

https://www.mooc.org

https://www.coursera.org/

https://www.edx.org/


<이미지 출처>

SM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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